‘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 사전에서 ‘백수'를 찾아봤는데요, 백수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당당하게 뭉친 백수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똘똘 뭉쳐 백수만 출근 가능한 아주 특별한 회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백수들이 100일 동안 출퇴근하는 회사, 니트 컴퍼니를 소개합니다. 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백수만 출근 가능합니다

2022.05.02

백수만 출근 가능합니다!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 사전에서 ‘백수’를 찾아봤는데요, 백수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당당하게 뭉친 백수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똘똘 뭉쳐 백수만 출근 가능한 아주 특별한 회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백수들이 100일 동안 출퇴근하는 회사, 니트 컴퍼니를 소개합니다. 

 

니트 컴퍼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니트 컴퍼니는 백수들이 운영하는 가상의 회사에요. 건물이나 사업자, 월급은 없지만 매일의 루틴이나 동료, 또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시면 돼요. 백수가 되면 가질 수 없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단 돈이 없다 보니 집에만 있게 되고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굉장히 줄어들어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운 상황들이 생기고요. 결국 매일 루틴이 망가져서 낮과 밤이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집니다. 그러던 중 ‘극락 컴퍼니’란 소설을 알게 됐어요. 책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도서관에서 만나 일명 ‘회사 놀이’를 하는데요. 이 책을 보고 회사 놀이를 하면 훨씬 활기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니트 컴퍼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분간 이력서는 쓰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요?  

30대 초반에 다녔던 세 번째 직장까진 성장하고 싶어서 이직했던 거 같아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했지만 일을 더 배우고 싶고, 더 많은 분과 일하고 싶었거든요. 그 이후엔 회사에 불만이 생겨 답답한 마음에 퇴사했는데 계약직으로만 이직할 수 있었어요. 더 일하고 싶어도 계약이 만료되거나 남성 직원만 뽑는 상황들을 마주했습니다. 

한 10년 정도 회사에 다니며 이력서를 썼는데 그 시간이 너무 허무했어요. 어딜 가든 학벌이나 그간 다녔던 회사명 등으로 평가받았고요. 시간이 흘러 나이나 성별, 결혼 여부로 취업이 안 되다 보니 ‘당분간 이력서 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야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니트 생활자를 만들게 됐죠.

 

퇴사 후 니트 컴퍼니를 얼마 만에 만드시게 된 건가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백수 기간이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해야 하루를 의미 있게 산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제시간을 하나도 못 쓰겠더라고요. 뭘 해야 될지 몰라서 너무 괴로웠어요. 마지막 회사를 퇴사했을 때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가져야지’ 생각했는데 일 같은 거, 프로젝트 비슷한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거 같아요. 결국 한 달 만에 니트 생활자란 제목의 블로그를 만들고 백수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죠. 

 

‘니트 생활자’라는 단어가 재밌어요.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일단 사람을 모으려면 플랫폼이 있어야 하니까 블로그나 카페를 개설해야 했어요. 블로그와 카페의 이름을 지어야 했는데 ‘어떻게 우리를 정의해야 할까’란 물음부터 시작했어요. 찾아보니 백수도 있지만 ‘니트’라는 단어도 있더라고요. 니트란 단어가 일하지 않으면서 직업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저희랑 딱 맞더라고요. 기존 언론에서 니트족이란 이름이 부정적인 뜻이었지만 동의가 잘 안되더라고요. 니트 상태는 맞는데 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N.E.E.T라는 약자로 정했어요. 뜻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에요.

 

니트 생활자가 말하는 니트족은 어떤 의미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니트는 말 그대로 니트라는 상태에요. 사람이 사는 동안 한 번쯤은 일하고 싶지 않고, 또 교육받고 싶지 않고 그런 상태란 거죠. 누구나 닥쳐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니트 생활자를 운영하면서 일과 관련한 가치관이 변했나요?

저는 회사에 다녀야 안정감을 느끼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야근하는 사람이었어요. 여러 상황으로 회사에 다닐 수 없게 되고 지금의 니트 생활자를 운영하면서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히려 제가 회사 밖의 인간이었다는 것도요. 3년 동안 니트 생활자를 운영하면서 일하러 가는 게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작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백수를 모아서 회사를 차릴 거야’라고 말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회사를 자주 그만두다 보니 아빠가 많이 다그치셨어요. ‘너는 참을성도 없고 네 마음대로 사회를 살아가냐’고. 그러셨다가 나중에는 포기하셨거든요. 그러다 니트 컴퍼니를 말씀드렸더니 웃으셨어요. 어이없다고, 참 재밌게 산다면서. 3년째 이어오다 보니 주변 분들이 신기해하는 거 같아요. 친구나 전 직장 동료들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니트 컴퍼니에 입사하면 출퇴근은 어떻게 하나요?

저희는 온라인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고요. 아침 9시마다 오픈 채팅방에 ‘출근합니다’라고 100명이 쭉 보내요. 각자 하고 싶은 일, 본인이 정한 업무를 6시까지 하고 퇴근할 때가 되면 서로 ‘퇴근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런 구조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100명이 한 방에 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거 같아요. 

 

팀은 어떤 기준으로 나뉘나요?

우선 입사 전과 후에 설문조사를 해요. 그 조사에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어서 팀을 짜요.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끼리 한 그룹, 소진 상태가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친구들끼리 또 한 그룹 이렇게 팀을 짜요. 그래서 팀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르죠. 

 

재밌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니트 컴퍼니를 운영하면 100일 만에 끝나요. 그러면 사원 본인들이 퇴사한다고, 몇 번째 퇴사인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아쉬워해요. 그럼 아쉬우니까 또 본인들끼리 자회사를 만들어요. 애프터 컴퍼니, 낯섦 컴퍼니 등이 생기고 저희처럼 운영해요. 이런 회사들이 잘 이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요. 뉴스레터를 발행하거나 고양이 단톡방을 만들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어떤 지원 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내가 재밌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고요. 청년들을 교육해서 뭘 어떻게 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불안을 다스리는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환경,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싶어요.

 

최근에 법인 사업자 등록을 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지속하고 싶단 마음에서였죠. 니트 컴퍼니에 참여했던 친구들에게 알려주니까 너무 기뻐했어요. 니트 컴퍼니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 더 책임감을 느끼고 오래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아직도 집에 있을 백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니트 컴퍼니에 오면 동료들이 100명씩 있으니까 혼자 있지 마시고 나오세요. 동료들 많이 만나보시고 정보도 교환해 보세요. 새로운 프로젝트나 해보고 싶은 것들을 무업(無業) 기간 동안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단순히 회사에 다니는 것만이 사회생활은 아닐 겁니다.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예상치 못한 변화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아가 주체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곳. 한층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니트 컴퍼니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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