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계에서 8억 1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세계 식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1인당 식품 폐기물을 2분의 1로 줄이고 생산, 유통 중 식품 손실도 감소시키자’라는 공통의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문제를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해결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맥주 부산물로 특별함을 만드는 기업, 리하베스트를 만나봤습니다.  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버려졌다고 쓸모없는 건 아니야”

2022.05.10

“버려졌다고 쓸모없는 건 아니야”

매일 세계에서 8억 1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세계 식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1인당 식품 폐기물을 2분의 1로 줄이고 생산, 유통 중 식품 손실도 감소시키자’라는 공통의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문제를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해결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맥주 부산물로 특별함을 만드는 기업, 리하베스트를 만나봤습니다. 

 

리하베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요?

리하베스트는 영어로 ‘재 수확하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기존에 저부가가치로 활용되던 부산물들을 업사이클링해서 새로운 대체 식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리하베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국내 식품(F&B)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마주했어요. 대부분 회사가 부산물을 꾸준히 발생시키고 있고 이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었죠. 그런데도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원료를 수입하는 걸 반복하더라고요. 모순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이에 대한 원인에는 우리 F&B 산업이 선순환하지 못하고 있단 판단을 내렸습니다. F&B 산업에 새로운 구조를 도입해서 지속적인 먹거리를 만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리하베스트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흔히 업사이클링하면 패션 분야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푸드 업사이클링이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세요.

최근 대체 식품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푸드 업사이클링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식품기업들로부터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수거합니다. 수거 후에 공정을 거치게 돼요. 부산물들을 식품으로 원료화하는 거죠. 그래서 식품 원료가 된 원재료를 통해 다양한 대체 식품을 만들고 있어요. 원료가 되는 과정은 부산물이 공장에 입고되면 세척을 한 번 하고요. 탈수해서 건조하고, 균과 이물 관리 등을 하고 나서 제품으로 출하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은 다른 개념이잖아요.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업사이클링은 크게 세 가지의 콘셉트를 갖고 있어요. 다운 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인데요.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는가 아니면 가치를 더 높이거나 낮추느냐에 차이가 있어요. 폐타이어로 공사장 밑에 매트를 만든다고 가정해볼게요. 실제 타이어를 분해해서 매트를 만들기 때문에 타이어가 가진 가치보다 더 낮아지는 거예요. 이건 다운 사이클링이고요. 폐타이어를 가져와서 화분을 만든다고 하면 그 가치가 유지된 것이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이라 보면 돼요. 단, 타이어에서 필요한 플라스틱 원료들을 뽑아내서 고무 같은 원료를 만든다고 하면 업사이클링이라고 볼 수 있죠. 

마찬가지로 맥주나 두부 등 저부가가치로 활용되던 것들을 저희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해서 신선하고 건강한 대체 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푸드 업사이클링이라고 하는 거고요.

 

푸드 업사이클링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전 세계 규모로 보면 약 40조 달러 정도 되는 시장이 형성돼 있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체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체 식품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비건입니다. 단순히 대체 식품만 먹는다는 게 아니라 친환경적인 가치 때문에 드시는 이유도 있거든요. ‘이 콩이 정말 친환경적으로 커졌을까?’ 등의 의문을 100% 해소하는 게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에요. 앞으로 시장 성장 속도도 급격히 빨라질 것으로 예상해요. 

 

해외에는 푸드 업사이클링과 관련해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유럽과 미국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을 처음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식빵을 대량으로 만들면 시장에서 다 소화하지 못해요. 그런 버리기 아까운 식빵을 모아 맥주를 만드는 회사도 있고요. 못생긴 바나나를 가져와서 식품 원료로 만들어 재가공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바라기 씨를 착즙하고 남은 부산물로 단백질 파우더를 만드는 사례도 있고요. 최근엔 커피 이파리에서 의학 성분을 추출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아직 시작 단계예요. 업사이클링은 많이 발전했지만, 식품 쪽은 저희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에요. 정부 지원 사업이나 관련 기관을 만났을 때 설득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ESG가 대두됐잖아요. 우리나라가 식품 원료의 7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중 약 50%는 부산물로 다 버리고 있어요. 이런 것을 저희가 꾸준히 업사이클링해 환경에도, 경제적으로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거거든요. 그래서 푸드 업사이클링은 미래에도 꼭 필요한 사업일 거 같아요. 

 

소비자들의 반응 중에 기억 남는 게 있다면요?

처음엔 부산물을 활용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크더라고요. 맥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니까 ‘이거 먹으면 취하는 거 아니야?’란 반응이 있었죠. 요새는 ‘되게 신기하다’, ‘이 제품 한번 먹어보고 싶다’, ‘먹어봤는데 맛있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맛있다’는 반응이에요. 식감이 좋다, 맛있다는 평이 식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거든요. 비중 면에서도 이런 반응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요. 

 

부산물로 만든 음식의 맛은 어떤가요?

일단 맛이 있냐 또는 영양 성분이 뛰어나냐로 귀결돼요. 예를 들어 맥주나 식혜 부산물로 만든 맛을 본다면 보릿가루랑 밀가루의 중간 정도 맛이 나요. 최근에 저희가 콩비지 부산물로 업사이클링하고 있어요. 이 제품들의 경우 밀가루 맛에 가까운 맛이 나요. 사실 좋은 밀가루는 색도 없고 무맛이거든요. 색 부분은 따라잡기 어렵지만, 맛 부분은 어떻게든 그와 비슷한 맛을 내게끔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 규제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난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규제 개혁을 빨리해주시더라고요. 미국의 경우 최소 2~3년 걸리거든요. 우리나라는 6개월 만에 규제 개혁을 해주셨어요. 다만 그 기간 동안 개혁이 될지 말지 기다리는 게 어려웠어요. 만약 개혁이 안 되면 사업에 치명타가 생길 수 있는데 확답이라는 게 없잖아요. 

 

앞서 맥주나 두부 부산물을 말씀하셨는데 또 어떤 부산물들을 대체 식품에 쓸 수 있을까요?

최근 대기업의 투자를 받게 됐어요. 그 기업에서 발생하는 두부와 참기름, 일회용 쌀밥을 만들고 남는 부산물인 쌀겨를 쓰고 있어요. 요즘엔 커피 부산물도 눈여겨보고 있고요. 이렇게 업사이클링 영역을 확장하면서 제품군도 넓히고 있어요. 기존에는 대체 밀가루를 만들어서 에너지바나 그래놀라를 만들었는데요. 

또 대체 밀가루 원료가 아닌 ‘대체 우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체 우유는 대체 버터나 치즈, 아이스크림까지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맥주 부산물이나 참기름과 들기름 부산물로 대체 우유를 만드는 것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산물을 활용하기 전에 식품 회사들은 어떻게 부산물을 처리했던 건가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처리했었는데요. 가장 쉽게 ‘폐기’를 택했죠. 하지만 비용은 가장 많이 들었고요. 최근엔 사회적인 책임이 있으니 잘 안 하시려는 거 같아요. 두 번째는 저부가가치로 활용했었는데 퇴비나 사료 쪽으로 많이 활용했던 거 같습니다. 

 

부산물이 환경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1인당 부산물을 발생시키는 비중은 연평균 572kg에요. 생수로 환산하면 1인당 572병의 생수를 매년 부산물로 생산하는 거예요. 퇴비나 사료로 쓸 수 있는데 왜 버리냐고 묻는다면 한정적이라는 답변이 나와요. 우리나라가 그리 크지도 않고 농업이 많이 발달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버리는 거죠. 

대부분의 부산물이 제조 공정을 한 번 거쳐요. 그러면 수분이 많은 경우도 있고 온도가 높은 경우도 있는데요. 식품이 아니라고 해서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곰팡이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실제 이 폐기물로 분류되는 부산물들을 땅에 매립한다고 했을 때 폐수에 퍼지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대지 오염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돼서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대체 식품이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기존에 접근성이 낮았던 제품들, 특히 단백질이나 식이섬유가 높은 제품들은 고가였어요. 근데 대체 밀가루 같은 경우 밀가루 대비도 단백질이 최소 2배가 많고 식이섬유가 21배 더 많거든요. 이런 기능성 제품들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가져갈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과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에 ‘빙딱 맥주’란 게 있습니다. 이 맥주의 부산물들을 업사이클링해서 제품으로 판매해요. 나머지 제품은 정부가 사서 소외계층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사업을 올 3월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향후 버려지는 음식물이 없는 사회, 나아가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고 다양한 대체 식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도 좋은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부산물도 건강한 식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선한 소비를 이루게 되는 거죠. 

하마터면 버려질 뻔한 것들이 새로운 모습과 브랜드로 재탄생한다는 것, 나아가 사회에 없어선 안 될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늘어나면 ‘대체’란 말이 더 이상 붙지 않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리하베스트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 여러모로 ‘쓸 만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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