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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육곰의 보금자리를 위한 ‘생츄어리’ 프로젝트

2021.11.25

곰은 여러 캐릭터로 형상화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인데요. 안타깝게도 만화영화 속 웃는 모습의 곰들을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죠. 그중에서도 한국에 존재하는 약 370마리의 사육곰은 좁은 철창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다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한국 사육곰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어생츄어리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단체, 곰 보금자리를 만나봤습니다.

 

“사육 곰의 보금자리가 되기 위해 모였죠”

안녕하세요, 곰 보금자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도지혜 활동가입니다. 저희 곰 보금자리는 1980년대부터 국가에서 진행했던 농가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고자 모인 프로젝트성 단체입니다.

곰 보금자리는 환경 활동가부터 대학생, 디자인, 수의사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육곰이 남은 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의 최종 목표는 사육곰을 위한 보호시설인생츄어리를 국내에 조성하는 것인데요. 지금 당장은 시간적, 금전적 제약으로 인해 생츄어리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 농장에 방치되어 있는 곰들을 보호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는 우선적으로 화천 농가에 있는 사육곰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육곰 사업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해 타 단체들과 협업하여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육 곰 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에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자 국가적 산업으로 곰을 사육하기 시작했는데요. 88 올림픽 이후 급격하게 선진화가 진행되면서 국제적으로 천연기념물로 인식되는 반달가슴곰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수입 수출이 어렵게 되었죠. 

이후 대안으로 농가에서 사육곰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웅담 채취를 시작했는데요. 웅담이 잘 팔렸던 시절에는 수익 창출이 원활하다 보니 농가에서도 곰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했지만 현재는 웅담으로 전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정부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해주지 않으니 농가에서도 더 이상 곰을 관리하기 어렵게 되면서 방치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한국에는 2021 6월 기준으로 369마리 정도의 사육곰이 존재하는데요.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복원 사업 등을 통해 좋은 환경에서 보호받고 있는 반면, 농장에 있는 사육곰들은 반달가슴곰임에도 일본이나 동남아 등에서 수입되어 한국에 들어온아종이라는 이유로 좁은 철창 안에서 방치되고 있죠.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인 거잖아요? 어쨌든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곰을 사육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육 곰들은 제가 알던 곰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좁은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육곰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는먹이를 먹는 일인데요. 하루 종일 먹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 보니, 밥을 먹는 행위가 곰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지는 거예요. 그래서 먹이를 줄 때마다 곰들이 굉장히 흥분하면서 뱅글뱅글 돌거나 머리를 흔드는 반복적인 행위를 많이 해요. 실제로 보면 그 장면들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오죠.

이런 행동들을정형 행동이라고 하는데요. 정형 행동은 격리 사육하는 동물이나 우리에 갇힌 동물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을 의미해요. 곰은 원래 운동량이 많은 동물인데, 좁은 우리 안에서는 활동량이 제한되다 보니 뱅글뱅글 돌거나 같은 곳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등의 정형 행동을 하게 되는 거죠.

게다가 농장에서는 따로 사료를 구비할 여력이 안되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곰들을 사육하고 있는데요. 사육곰들이 생활하는 우리 자체도 콘크리트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벌어진 바닥 틈에 상처를 입거나 열악한 위생 상태로 인해 털이 빠진 채 방치되어 있는 곰들도 많아요.

 

“사육 곰들에게 생츄어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의 생츄어리는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로서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을 동물에게 제공하는 공간이에요. 사실상 사육곰은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건강을 체크하는 등의 보호를 진행하는 거죠.

동물원은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반면, 생츄어리는동물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는데요. 동물원은 동물을 전시하고 인간이 동물을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생츄어리는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만들어진 공간이죠. 그렇기 때문에 생츄어리는 동문원과는 다르게 동물들이 자유롭게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일부 보호 동물들을 자연에 방사하는 것처럼 사육곰 또한 그렇게 진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사육곰에게 생츄어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사육곰은 애초에 야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자연에 방사한다면 민가로 다시 내려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한국산 반달가슴곰의 아종인 사육곰을 방사하게 되면 생태계 교란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죠.

사실 평생을 인간에게 길들여진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스스로 먹이를 찾고 본인의 영역을 확보하는 부분들에 대한 학습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 방사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사육 곰에게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가장 막막해요”

올해 7,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곰 두 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중 한 마리는 탈출한 지 두 시간 만에 농장으로부터 300m 떨어진 거리에서 발견되어 사살되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사육곰 탈출 사고는 20건 정도로 일 년에 약 두 번 꼴로 발생하고 있는데요.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은 탈출한 곰을 사살하지 않고 포획했다고 하더라도 그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다시 농장으로 돌려보내 져야 했다는 거예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닥쳐올 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저희가 보호해야 할 사육곰 개체 수는 굉장히 많지만 구조를 한다고 해도 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막막한 상황일 때가 많아요. 

이러한 현식적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직접 생츄어리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인데요. 사실 생츄어리를 짓는 것도 워낙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보니 중간에 곰들이 병들어 죽는 모습들을 마주할 때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사육 곰들이 하루라도 편히 쉴 그날을 위하여”

와디즈와 함께한 굿즈 후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육곰 문제를 일반인 분들께 전달할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활동들을 통해 사육곰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에요.

사실 저희가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손길이 닿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곰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지곤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생츄어리가 하루라도 더 빨리 많이 생기길 바랄 뿐이죠. 사육곰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살아가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저희 곰 보금자리의 최종 목표예요.

 

사육곰이라 불리는 이 곰들의 본래 이름은 반달가슴곰입니다. ‘곰 보금자리는 사육곰이 하루라도 반달가슴곰으로서 대우받으며,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살길 바랄 뿐이죠. 좁은 철장에 작은 손길만 더해져도 행복해하는 곰들의 모습을 보며, 곰들이 마음껏 흙을 밟고 물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꿈꾸는곰 보금자리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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