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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쓰레기 없는 세상이 와서 저희가 망했으면 좋겠어요.

2021.11.10

출근하며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점심 식사를 포장하며 받은 일회용품, 퇴근 후 식료품을 구매하며 딸려온 포장재까지. 의도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온종일 쓰레기를 생산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지구에 있는 한 쓰레기 없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고들 하죠.

하지만 여기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하루빨리 쓰레기 없는 세상이 와 본인들이 망하게 되길 바라고 있죠. 바로 한국형 제로 웨이스트 샵의 포문을 연알맹상점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마음을 모아 세상을 바꿔 나가는 알맹상점의 이주은 대표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

안녕하세요,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파는 가게알맹상점의 공동대표 이주은입니다. 알맹상점은 화장품이나 세제를 담을 용기만 가지고 오시면 필요한 만큼 충전해 가실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에요.

알맹상점은한국형 제로 웨이스트 샵이라고도 불리는데요. 한국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샵이기도 하지만 쓰레기에 관심 많은 한국 사람들의 커뮤니티형 공간이 되었기에 그런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알맹상점의 오픈을 준비하면서 이 공간만큼은 쓰레기에 진심을 가진 분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알맹상점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 아니라, 물건을 가치 있게 소비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쓰레기를 줍냐는 말을 듣곤 했어요

저도 처음부터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플라스틱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도 플라스틱을 습관적으로 사용했죠.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짐을 정리하던 어느 날, 버릴 옷으로 분류해 둔 옷들을 바라보니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기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 옷들이 재활용이 잘 되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재활용과 쓰레기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쓰레기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 중에서도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플라스틱으로 인해 오염된 바다 속 생물들은 죽어가고 있고, 인간들은 또 그 생물들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행동들을 실제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금은 많이 유명해진 단어인플로깅에 대해서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일상생활에서 쓰레기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를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줍고 다니니까, “너 하나 그렇게 산다고 뭐가 바뀌냐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셨죠. 그런데 저는나 하나 한다고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관심을 두고 계속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도 그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행동하더라고요. 그렇게 달라지는 것들이 있는 거죠. 세상을 바꾸려면 나 하나라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셋이 모이면 문화를 만들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쓰레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차에 더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플라스틱과 관련된 포럼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었죠. 관련된 모임들을 찾다가 망원 시장에서 진행되는 플라스틱 운동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의 공동대표 두 분 모두 이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되었죠.

당시 플라스틱 운동으로비닐봉지 없이 장보기캠페인을 진행했었는데요.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비닐봉지를 거절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아 캠페인을 진행했죠.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공산품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시장에서는 비닐봉지를 거절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공산품에서 발상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기란 어렵더라고요.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샴푸나 세제와 같은 공산품 위주의 내용물을 리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소분 샵을 함께 운영할 사람들을 찾았죠. 그때부터 저와 함께 현재의 알맹상점 공동대표로 계신 내균님과 금자님까지 총 세 명이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시 오픈을 준비하면서 소분 샵에 투자한 돈을 손해 보더라도 1년 동안은 버텨 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죠. 다행히도 지금은알세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각했던 것보다 저희를 더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알맹상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가 꿈꾸는한국형 제로 웨이스트 샵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아요. 저희는 된장이나 고추장과 같은 소스류도 소분해서 팔고 싶거든요. 식품류 중에서도 알맹이만 팔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은데 법적 제약들 때문에 아직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죠.

 

알맹상점은 무엇도 쉬운 것이 없었어요

사실 소분 샵을 시작할 때부터 난관에 봉착했었죠. 당시에는 화장품이나 세제를 리필하는 문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 감독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이 많았어요. 더군다나 소분으로 팔게 되면 판매 업체의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벌크 형태로 공산품을 공급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특히 우리나라는 캐나다나 유럽의 여러 국가들보다도 소분 샵 운영에 대한 장벽이 높은 편인데요. 미생물 측정이나 관리를 소분 샵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구조라면 제로 웨이스트 샵들은 사실상 살아남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은 이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죠.

최근에는 식약처로부터 저희가 내는 목소리와 함께 그동안 환경에 일조한 공을 인정받아 리필 샵 운영 정책 마련을 위한 시범 운영 공간으로 알맹상점이 선정되기도 했어요. 조제 관리사 없이 화장품을 리필하는 방식의 시범 운영을 무사히 마치면 리필샵이 직면하고 있는 정책적 한계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저희가 조금은 평범해지길 바라요.”

알맹상점이 젊은 분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힙한 문화로 인식이 되면서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희와 같은제로 웨이스트 샵이 특별하게 여겨지기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공간들로 생각되면 좋겠다는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어 알맹상점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세상이 오면 알맹상점은 일반적인 공간이 되어버릴 테니, 아마도 저희는 망하게 되겠죠? 그런 날이 온다면 저희는 박수 치며 떠날 거예요. 쓰레기가 계속 재사용되고 재활용되는 세상이라면 저희는 더 바랄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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