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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기는 왜 살아야 하나요?

2022.12.15
진관우의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한글로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작가는
생물 다양성을 이야기하며 사람과 생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방충망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모기 때문에 밤잠 설치는 일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불청객인 모기가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한글로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작가는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혼란이 올 거라고 합니다. 모기가 멸종되면 안 되는 이유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생물 다양성 홍보에 진국인 진관우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안녕하세요. ‘숨탄것들’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한글로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는 작가 진관우입니다. 

 

Q. 멸종위기 동물만 그리다가 최근에는 동물 전체를 그리는 것으로 확장했다고 하던데, 계기가 있었나요?

제 작품을 봐주시는 분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질문을 받아요. 그중에는 대부분 ‘유해하다고 느껴지는 생물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오기도 하죠. 유해하든 무해하든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리고 싶어 동물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Q. 예를 들어 어떤 질문이 있나요?

‘작가님, 모기는 왜 살아야 하나요?’라고 질문하신 분이 있어요. 사람들은 모기를 싫어하죠. 잠들기 전 귓가에 윙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화가 날 수 없어요. 하지만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는 환경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이들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고요. 우리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에 모기를 나쁘게 보는 것이지, 생태계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인 겁니다.

 

동물원, 아이러니한 현실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사람들의 사고가 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요즘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물원의 존재는 반대해요. 하지만 ‘동물원을 없애자!’는 목소리에도 반대합니다. 지금 당장 동물원을 없애버리면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져요. 이미 동물은 우리에 적응해 버렸기 때문에 야생으로 돌아가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비도 하지 않고 동물원을 없애는 건 오히려 동물에게 안 좋은 영향만 줄 뿐이에요.

 

Q.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야생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해요. ‘생츄어리’가 필요한 거죠. 생츄어리는 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야생의 모습을 갖춘 안식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생츄어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들여오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죠. 동물원 측에서도 책임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안식처를 만들어주려면 동물의 습성을 알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세계에는 다양한 기후가 있고 생태계적 위치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에게는 지금의 환경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변화에 도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선물한 황홀경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작가님은 생태 관찰을 하기 위해 탐방을 다니신다고요.
가장 기억나는 탐방 장소가 있나요? 

우포늪에 따오기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왕 버드나무가 펼쳐진 수풀 안쪽으로 들어가자, 선생님이 보였어요. 대다수는 처음 만났을 때 통성명을 먼저 하잖아요.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본인의 옆에 앉으라고 하더니 5분 동안 눈을 감으라고 했어요. 시키는 대로 눈을 감자 귓가에 바람 소리, 새소리가 들리고 볼에 햇살이 닿는 느낌이 생생히 느껴졌어요. 오롯이 자연을 느꼈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Q. 그러고 눈을 떴을 때, 세상이 좀 달라 보였나요?

내가 자연에 있음을 충분히 느끼던 찰나, 선생님이 눈을 떠보라고 했어요. 천천히 눈을 뜨자 나무 사이로 비친 햇빛과 색감, 풍경 자체가 영롱하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숨을 다 고르고 나니, 선생님이 악수를 청하며 본인을 소개했어요. 선생님의 소개마저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Q. 정말 기억에 남았겠네요.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은 연세가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자연을 보는 눈은 아직 소년 같아요. 선생님을 만나 뵙고 저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동물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은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자연을 탐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나요?

보통은 보건센터나 보호소가 중심이 되어 탐방해요. 그래서 크게 신경 써야 할 것은 없지만 야생으로 탐방하러 간다고 하면 위치를 알리면 안 됩니다. 위치가 알려지면 사람들은 동시에 거기에 몰릴 거예요. 그럼 생물들이 번식하거나 새끼를 키우는 데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두 번째는 자연과 색을 맞춰 진행해야 해요. 제가 처음 탐사했을 때 욕심부린 일이 생각나네요. 반딧불이를 보러 습지를 방문했어요. 8시 정각이 되자 어둠 사이에서 불빛이 하나둘 켜졌습니다. 마치 연극의 인물이 한 명씩 나오는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이 연극을 방해하고 말아요.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당시 카메라 작동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탐방하러 갔어요. 어떻게든 반딧불이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죠. 카메라 사용이 미숙했던 나머지 레드 라이트가 갑자기 켜졌지 뭐예요.
반딧불이는 빛이나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생물이에요. 제 불빛이 반딧불이의 활동에 방해를 준 것 같아서 화가 정말 많이 났습니다. 이때 자연의 색에 맞춰 탐방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죠. 물론 장비의 이해도를 충분히 높인 상태에서 탐방해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탐방 갈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탐방은 주로 혼자 가세요?

지금까지 혼자 간 적은 없었습니다. 최대한 친구들과 함께 가려고 해요.

 

Q. 친구와 함께 가는 이유가 있나요?

저와 함께 다니고 활동하면서 친구들도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자연에 닥친 위험 상황에 공감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항상 같은 친구들과 탐방하세요?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주변 몇몇 관심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너도 같이 탐방 가 볼래?’하고 물어봐요. 보통 제가 먼저 제안해서 같이 다녀옵니다. 탐방 갈 때마다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는 셈이에요. 이렇게 느슨한 연대로 뭉쳤다, 풀어졌다 하는 게 좋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자연을 느끼게 할 기회를 제공하니까요. 

 

Q. 탐방 갔을 때, 친구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앞서 얘기했던 반딧불이 탐방 에피소드가 있어요. 같이 갔던 친구 중 두 명은 야생 반딧불이를 보는 게 버킷리스트였죠.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나오는 순간, 친구들은 이런 생각을 했대요. ‘내가 이래서 자연을 좋아했지!’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자연을 느끼지 못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두 친구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해준 것 같아서 기뻤어요. 

 

가자, 북극으로!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작가님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생물 다양성 홍보대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홍보대사라는 건 결국 뭔가를 알리는 사람인 거잖아요. 저는 끊임없이 생물 다양성을 알릴 거예요. 지금도 그림을 통한 교육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미디어를 보면 북극곰이나 펭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와요. 하지만 극지방에 사는 생물은 많이 비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경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북극에 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북극에는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있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한글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진관우

Q. 많은 작품을 그리셨는데, 책으로 낼 계획은 없나요?

2년 내, 탐방을 주제로 한 여행 에세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탐방하며 마주친 생물도 함께 소개하는 거죠.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더 재미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물 다양성을 지속해서 알려줄 겁니다. 

 

진관우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 중 ‘세이커매’ 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세이커매는 몽골이나 티베트 고원에 서식하는 맹금류이며 ‘새앙토끼’를 잡아먹고 삽니다. 최근엔 지구 온난화로 새앙토끼가 서식지를 옮겨 다니고 있다고 해요.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 언젠가 새앙토끼는 멸종되고 말겠죠. 그렇다면 세이커매도 함께 멸종되고 말 거예요. 이 얘기에서 알 수 있듯, 진관우 작가는 먹이 사슬이 한 번 무너지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먹이사슬로만 보면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결국 환경이 파괴된다면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생물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우직함과 꾸준함으로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있는 진관우 작가를 응원합니다. 

 

진국인 ‘없었는데 있었습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 진관우 작가 1편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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