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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려진 나무, 화분이 되다

2022.10.21

“아빠. 나무에다 구멍을 뚫어 줘요. 여기에 씨앗을 심을래요. 살아있는 나무 화분이라면 씨앗도 더 잘 자랄 거예요.” 한 아이의 아이디어는 버려진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잉여 목재로 친환경 생목화분을 만든 모포스틀루 차강욱 대표는 나무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합니다. 그의 손길로 그의 손길로 탄생한 아주 특별한 화분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산림을 선물하고 싶은 진국인 차강욱

진국인 차강욱

안녕하세요 저는 산림형 예비 사회적 기업 ‘모포스틀루(mofostlu)’의 차강욱입니다. 잉여 목재를 활용해 플라스틱 대체 상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합니다.

Q. 브랜드 이름이 특이하네요?

모포스틀루는 영문으로 MOuntian(산), FOrest(숲), STar(별), LUna(달)의 영문 초성을 딴 합성어입니다. 저는 다둥이 아빠로, 아이들 이름이 산, 숲, 별, 달이에요. 항상 책임감 있게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이름입니다. 

 

나무를 만난 건 큰 행운입니다

나무를 만난 건 큰 행운입니다

Q. 원래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서울에서 창업 컨설팅을 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골목 상권의 구체적인 정보와 매뉴얼을 알려주었죠. 여러 업종을 다루며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줬습니다.

 

Q. 어떤 계기로 목수가 된 건가요?

아내의 권유로 목수가 됐습니다. 서울 살 때 취미가 목공이었어요. 미래의 아이를 위해 침대를 만들기도 하고, 집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며 양평으로 이사 왔죠. 어느 날 아내가 목수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 때 기뻐하는 제 모습을 발견한 거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싫어질까 봐 두려웠어요. 오히려 지금은 나무를 만난 걸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직장인 목수가 되다

Q.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나요?

산림에 있는 목재를 간벌, 벌목할 때 어디에도 쓰이지 못하는 잉여 목재가 나와요. 이를 활용해 ‘자연에 자연을 담다’라는 모토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희망이 자랐습니다

Q.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나무들이 베어진 곳을 돌아다니며 목재를 수급하는 것이 큰 난관이었습니다. 목재가 버려졌다 해도 함부로 가져올 수 없어요. 그곳의 임업인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잉여 목재를 수거해도 되는지 물어봐야 해요. 목재 한두 개만 있다고 해도 강원도까지 갔다 올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간벌과 벌목 시기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때 미리 충분한 양을 수급해 두어야 하죠. 하지만 벌목 과정에서 상처 난 나무들도 많이 생겨요. 그러면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지는 거죠. 어려움이 참 많습니다. 

 

우리 살림 지킴이

Q. 벌목하면 안 좋은 것 아닌가요?

주로 도로를 내거나 집을 지을 때 벌목합니다. 목재 순환과 생태계의 환경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도 벌목이나 간벌을 해야 해요.

나무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냅니다. 오래된 나무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요. 일부 오래된 나무가 썩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되기도 하고요. 그럼 산불과 같은 재해 상황에 취약해지죠. 

따라서 무분별한 벌목은 좋지 않지만, 생태계 순환을 위한 벌목은 필요합니다. 

 

도시 밖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아빠한테서 나무 냄새가 난대요

Q. 도시 밖의 인생을 꿈꾸신 계기가 있었나요?

도시에서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았습니다. 유치원생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도 모자라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에 가야 하죠. 이런 삶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강과 들판에서 뛰어놀며 제가 끼어들 수 없을 만큼 좋은 추억을 쌓고 있어요.  

 

Q.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크신 것 같아요.

아내 덕분에 목수가 됐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살며 즐거워하고요. 

목공방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폭 안겨요. ‘아빠한테서 나무 냄새가 나요.’라며 품에 안겨서 떨어지지 않아요. 눈물겹도록 행복한 순간이 많습니다. 

 

자연에 자연을 담다

Q. 생목화분도 큰아들의 아이디어라면서요?

첫째 아들 호산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 이 나무 살아있는 거 아닐까? 나무에다 구멍을 뚫어 줘요. 여기에 씨앗을 심을래요. 살아있는 나무 화분이라면 씨앗도 더 잘 자랄 거예요.”

그때부터 나무 화분 즉, 생목화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구조적으로, 성분적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위해 오랜 시간 나무를 연구했어요. 운이 좋아 산림청 임업 진흥원에서 주최한 목재 산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100% 생분해성 화분을 만듭니다

우리 살림 지킴이

Q. 생목화분은 어떤 가치가 있나요?

환경적, 사회적 가치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 자체의 외형을 그대로 가져왔고 마감도 친환경 오일인 동백기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상품이 수명을 다하면 100%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요. 또 반영구 상품이라 잘 관리하면 10~2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사회적 가치는요?

생목화분처럼 우리 목재로 만든 상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모포스틀루는 산림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산림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를 가집니다. 벌목 시기가 되면 산지 가까운 지역에서는 베어진 나무가 경관을 망치거든요. 이럴 때 지역 공동체, 각종 협의체와 협약을 맺고 목재를 수거하는 것도 문제 해결 중 하나입니다. 

 

Q. 그래서인지 ‘식목일’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던데요.

식목일은 한 10여 년 전만 해도 공휴일이었어요. 그래서 산이나 들에 나가 나무 심기 운동을 하곤 했죠. 요즘에는 일터로, 학교로 나가다 보니 나무 심기란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일이 된 것 같아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목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좋겠습니다

목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목수가 되고 싶으세요?

여느 목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건강한 목재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나무를 사용하는 목수가 되고 싶어요.  

우연히 국내산 목재만 사용하는 무형문화재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정서에 맞게 목재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포스틀루는 아직 상품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차근차근 우리 목재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Q. 최종 목표가 있다면?

‘산림청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나무에 관심을 두고 산림의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산림 사업에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 이름을 걸고 모포스틀루를 만들고 있잖아요. 가끔 아이들이 질책해요. “아빠가 나무를 사용하면, 아빠는 그만큼 나무를 심어야 해!”하고요.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 훗날 아이들에게 당당히 자랑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교육 분야로 뻗어나가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나무 교구는 아이들의 자아효능감 개발에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마음껏 만지고 핥아도 안전한 목재를 제공하고 싶어요.

아주 나중에는 산림이 울창하고 건강해져서 목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잉여 목재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지 않는 날이 오는 거죠.

 

버려진 나무가 생목화분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며 ‘모든 것에는 쓰임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울창한 산림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차강욱 대표. 언젠가 우리나라 목재를 알리고 안전한 나무 교구를 만들기를, 나아가 건강한 숲이 만들어져 잉여 목재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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