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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캔버스, 러블리페이퍼

2022.01.04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 폐지가 한가득 쌓인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어르신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곤 하죠. 이렇게 고된 노동의 대가로 어르신들께 치러지는 값은 폐지 1kg 50원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런 불합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한 노동의 값이 어르신들에게 지불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한 기업이 있습니다. 깊어가는 겨울, 2021년의 끝자락에서 내 주변과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는 러블리페이퍼의 기유진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러블리페이퍼의 기유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러블리페이퍼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폐지 수거 어르신들과 함께 환경을 바꾸고 있는 러블리페이퍼의 대표 기유진입니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께 시세의 6배 가격으로 폐지를 매입해 캔버스로 업사이클하고, 거기에 아트를 더한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창출된 수익으로 다시 어르신들을 도움으로써 선순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러블리페이퍼 프로젝트

러블리페이퍼 프로젝트는 어르신들께 정당한 수익을 드리고자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폐박스를 고가에 매입함으로써 어르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더해, 어르신들께 매입한 폐지로 만들어지는 저희의 친환경 캔버스는 만드는 과정에서 물과 전기 에너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원자재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까지도 친환경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음먹게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를 고가에 사드리는 러블리페이퍼

창업을 결심할 당시, 저는 서른 초반의 나이였는데요. 20대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았다면 30대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 제 눈앞에 들어오신 분들이 폐지를 줍고 계시는 어르신들이었죠.

현재 노인분들이 겪고 계신 문제는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우리 사회는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단계인데요. 2050년만 되더라도 통계학적으로 노인 인구가 1,700만 명이넘어서 전체 인구의 25%가 노인인 사회가 된다고 해요.

노인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러블리페이퍼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복지적으로 많은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렇기에 이 문제를 현재의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의 세대에게 미루는 셈이 되는 것이죠. 결국 미래의 우리에게 당면할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세대가 노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러블리페이퍼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폐지 매입 단계는 소상, 중상, 대상, 제지회사 간의 먹이사슬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요. 따라서 가장 상위에 있는 제지회사가 매입 단가를 정해버리면 단계가 내려갈수록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데요. 현재는 통상적으로 몇 개의 제지회사들이 담합을 하여 매입 단가가 정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이러한 구조 때문에 어르신들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가격이더라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제 1kg 100원이었던 폐지가 오늘은 그 반값인 50원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고 어르신들은 고물상에게 폐지를 판매할 수밖에 시스템인 거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

처음에는 어르신들을 지원하기 위한 하나의 가설에서 출발했는데요. 가설의 출발점은 폐지를 비싸게 매입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야만폐지 수거라는 노동의 대가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매입한 폐지는 업사이클을 통해 부가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재생산되고, 그 제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다시 어르신들을 돕는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했죠.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만화가소공이라는 작가가 택배 박스를 이용해 캔버스를 만들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 작업들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생각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를 가지고 캔버스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SNS에 재능기부 신청을 받아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작품을 그려 판매하게 되었어요. 

작가님과의 협업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님과 협업해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고,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어르신들을 도우며 1년간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는데요. 저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현재 러블리페이퍼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그 어떤 것도 성공적이지 못했을 거예요. 앞으로 많은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선순환적인 비즈니스를 도모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폐지 줍는 어르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지향

저는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꾸려 나가시는 어르신들의 삶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분들로서는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을 하고 계신 것이거든요. 저희가 그분들의 최선을 불쌍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열심히 사시는 분이라는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폐지를 줍는 노인분들에 대해연세가 많으시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부양하고자 노력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게다가 이분들이 수거하는 폐지를 나무로 환산하면 1년에 80그루 정도가 되는데요.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는 활동을 통해 수많은 나무가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생각했을 때 폐지를 수거하는 활동 자체가 절대로 불쌍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 드려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의 활동을 연민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활동으로 재해석하고 공감해주시면 노인분들께도 긍정의 에너지가 전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러블리페이퍼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러블리페이퍼의 기유진 대표님 러블리페이퍼의 기유진 대표님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러블리페이퍼를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에 걸맞은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는데요. 사회적 기업으로서 어르신 분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2020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게 되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뭔가 하나 해냈다라는 자부심이 들더라고요.

그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고용노동부 표창도 받게 되었는데요. 아직은 작은 사업체이지만,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겪고 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희의 노력을 인정을 받은 셈이라드디어 8년 동안 노력했던 성과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러블리페이퍼 어르신들

최종적으로는 러블리페이퍼가 추구하는 소셜 미션이 완전히 달성되어, 저희 역할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 없어지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러블리페이퍼는 그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찾아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가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완전히 변화한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는 러블리페이퍼가 되겠습니다.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자 도전하는 용기는 세상에 온기를 전할 만큼 따뜻하죠.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노인 문제와 함께 환경 문제도 해결하고 있는 러블리페이퍼의 따뜻한 발걸음을 와디즈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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