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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금야금 모은 LP가 3만 장이 된 사연

2022.12.29
하종욱의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를 운영하며 
20여 년간 사라졌던 LP 산업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대하는 바를 이루었거나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을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이 있나요? 마장뮤직앤픽처스 하종욱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창업하기까지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때면 LP를 사 모았습니다. 지금은 3만여 장에 달하는 음반을 가진 그에게 LP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뜨거웠던 인터뷰 열기를 지금 바로 전합니다. 

 

LP를 사랑하고 만드는 것에 진국인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안녕하세요. 국내에서 유일한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의 대표 하종욱입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LP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제가 다섯 살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물려주신 LP 소리는 기억나요. 아버지와 관련한 흔적을 기억하고 싶은 것. 그게 제가 LP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또 다른 이유는 뭐예요?

친구들의 집에서 좋은 소리가 나는 LP와 턴테이블은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산만했던 저를 잠시 멈추게 만들고 온전히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죠. 순간의 좋은 기억들로 LP를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LP는 다다익선!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중고등학교 때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했다던데요.

용돈이 생기면 어김없이 LP를 샀습니다. 대학교 때는 알바비를 받으면 습관처럼 LP를 샀고요. 월급 받기 시작하면서 좀 더 많은 LP를 샀어요. 집과 사무 공간에 LP가 늘어나는 즐거움으로 살아왔죠. 다양한 음악들을 끊이지 않고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그때부터 사 모았다면 LP가 꽤 많겠어요!

정확하게 세어보진 못했지만 3만여 장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앨범들을 꺼내 보면 일기처럼 적어둔 메모가 눈에 띄어요. 그걸 보면 만감이 교차하죠.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LP는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를 알려줬던 교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3만여 장을 모두 들으세요?

다 들어보지는 못했죠. 하지만 그에 준하는 시간과 감상이 제 삶에 저장돼 있다는 게 스스로 주는 최고의 보상입니다.

 


 

나는 LP 마니아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LP만의 매력을 자랑해 줄 수 있나요?

카트리지를 열고 바늘을 소리골에 딱 맞춰 내리기까지 과정들이 천천히, 조용히 흘러가요. 기다림의 과정을 느끼다 보면 음악을 경건하게 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죠. 
또 LP의 지지직 소리와 잡음이 들어간 소리는 더 따뜻하고 진실한 소리로 들려요. 저는 지금도 이런 소리에 설렘을 느낍니다. 개인의 역사에서 LP는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죠.

 

Q. LP ‘마니아’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마니아라는 단어가 미쳐있는 사람을 칭하는 점잖은 표현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미쳐있는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도 즐겁고 꾸준히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미쳐있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Q. 그렇지만 LP를 ‘까칠하고 오만하다’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여러 조건과 가정들이 필수로 요구됩니다. 세팅만 해도 필요한 장비가 많은데, 소리가 제대로 나기 위해선 시간적, 금전적 투자는 물론 공부도 필요하죠. 이런 정성이 모두 모아져야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니. 얼마나 오만합니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LP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그 말씀 속에도 따스함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요.
대표님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예요?

음악을 들으면 집중하게 되고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되죠. 그래서 제게 음악은 겸손함을 일러주는 존재입니다. 이런 의식을 통해 누군가는 가치관이 바뀌기도 해요. 음악은 사람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이자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Q. 음악이 좋아서 따르다 보니 대표 자리까지 하게 된 건가요?

20대는 조금 우울하게 보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음악 잡지 기자가 됐어요. 일하다 보니 음악이란 건 ‘세상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죠. 이 생각이 거듭되면서 직업이 됐고, 경력이 됐고 지금은 연륜이 됐어요. LP를 열심히 사 모으고 들었던 과거의 시간이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꿈은 레코드 가게 주인!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_3만 장 LP의매력

Q. 대표님은 어떤 제작자가 되고 싶으세요? 

함께 작업한 앨범, 프로그램 그리고 제가 소속되어있는 회사들이 영원히 기록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거기 포함된 사람으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제가 은퇴를 하거나 다른 일을 선택한다면 레코드 가게를 하고 싶습니다. 20대의 제가 가장 오래 머무른 공간이자 가장 행복했던 공간이 레코드 가게였거든요. 몇 시간 동안 LP를 만지작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한두 장의 LP를 발견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나중에 꼭 레코드 가게를 하고 싶어서 도메인도 10여 년 전에 사뒀죠. 마장뮤직앤픽쳐스와 레코드 가게가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LP를 왜 그렇게 모으냐?’는 질문에 ‘그냥 좋아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하종욱 대표. 하종욱 대표는 이 일이 너무나 잘 맞고 여전히 LP로 듣는 음악은 설렌다고 합니다. 천직을 찾은 것 같다는 그의 밝은 모습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마장뮤직앤픽처스와 하종욱 대표가 가는 길을 응원하겠습니다. 

 

진국인 ‘없었는데 있었습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 마장뮤직앤픽처스 하종욱 대표 1편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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