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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옻칠하는 MZ 무형문화재 공예가, 안소라

2022.11.24
안소라의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 작가는
현대 수공예품과 옻칠을 접목해 무형문화재의 트렌디한 생태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MZ 무형문화재 공예가 안소라 작가는 대학교 3학년 때 옻칠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칠장 보유자 선생님 밑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수자에 대한 꿈을 키웠죠.
얼굴에 옻이 올라 눈이 떠지지 않은 적도 있지만 그는 ‘배우는 재미로 하루를 살았다.’며 그날을 회상합니다. 10년째 옻칠만 바라본 안소라 작가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대한민국 밖에서 공존하는 전통을 꿈꾸는 진국인 안소라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안녕하세요, 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이자 옻칠 공예가 안소라입니다. 옻칠과 나무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고 있어요.

 

Q. 무형문화재 칠장에 대해 알려주세요.

옻나무에서 채취한 액체를 가공해 도료로 쓸 수 있게 만든 후, 물건에 칠하는 장인을 말해요. 공예품에 옻칠하면 그게 옻칠 공예가 되는 거예요. 

 

Q. 옻칠 공예에는 어떤 게 있나요?

옻칠을 할 수 있는 범위는 다양해요. 옻은 방수성도 뛰어나고 살균작용도 하므로 나무 식기와 수저에 많이 사용되죠. 많이 들어보셨을 ‘나전칠기’도 옻칠 공예품이라고 보시면 돼요.
나전칠기는 조개껍데기를 잘라 붙이고 마지막에 옻칠한 공예품을 말하는데요. 다들 나전칠기는 잘 아시더라고요. 하지만 옻칠은 모른대요. 영롱하게 반짝이는 나전의 화려함 때문에 이면에 있는 옻칠이 묻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나전칠기는 알지만, 옻칠은 묻히는 것 같다는 말에 공감해요.

나전을 평생 고정하는 데에는 옻칠이 가장 적합한 도료예요. 삼국시대부터 써왔다는 사료를 토대로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거죠. 마치 이 둘은 실과 바늘 같아요.
하지만 나전칠기는 알지만, 옻칠을 모르는 사람이 많죠. 처음엔 충격이었어요. 옻칠을 더 많이 알리려고 칠 작업을 더 많이 하게 됐죠.

 

MZ세대 무형문화재 이수자 등장이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문화재 관련한 전공을 하셨던데
원래부터 문화재에 관심이 있었나요? 

문화재 보존 처리를 전공했어요. 큰 관심이 있기보단 우연히 알게 된 학과였죠. 학부 때엔 유물을 보는 게 생활화돼 있었어요. 하지만 공부하면서 서서히 무형문화재가 마음을 파고들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재를 보존하고 시대에 맞게 바꿔나가는 모습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을 쫓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거다!’ 싶었죠.

 

Q. 그중에서도 옻칠이었던 이유가 있나요? 

무형문화재 중에서도 공예에 관심이 있었어요.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칠장’이라는 종목이 끌리더라고요. 자연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어떻게 해서 본격적으로 옻칠을 배우게 됐나요?

처음엔 막연히 ‘옻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교수님과 상담했어요. 당시 문화재 위원이었던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배울 거면 제대로 배워라.” 문화재 보유자 선생님께 직접 배우길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학교 수업과 병행하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선생님 밑으로 들어가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Q. 교재라든지 특별한 교육 방식이 있나요?

저를 위해서 따로 작품을 준비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교재랄 것도 딱히 없었어요. 선생님의 작업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다른 선생님과 작업하실 때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리면서 기술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었죠.
제가 아무리 제자여도 쉽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원리 위주로 설명해 줬어요. 재료에 대한 설명, 도구의 쓰임과 다루는 법을 자세히 알려줬죠.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이수자가 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어요.

선생님 밑에서 배우며 이수자가 되기까지 7년이 걸렸어요.
문화재청이 지정하기로 전수자가 되려면 만 3년 정도 선생님의 공방에서 수련해야 해요. 해당 기간이 지나면 이수자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기죠. 그런데 이 시험도 3년이 됐다고 바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이 이수자 시험을 신청해 줘야 자격이 생겨요. 이수자 시험을 보고 나면 문화재청에서 따로 심사하러 나와요. 두 가지 모두 통과해야 이수자가 되는 거죠.
이수자 다음으로는 전승 교육사가 있고 마지막이 보유자예요. 보유자도 빈자리가 나야 이수자, 전승 교육사 사이에서 선정하는 시스템이에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못’ 잡지!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그럼 보유자 선생님은 경력이 얼마나 되는 거예요?

50~60년을 하신 거죠. 저는 고작 10년 차라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 다른 직군에서 10년은 베테랑 소리 듣는 경력이겠죠. 여기서 ‘저 10년차 예요.’ 거들먹거렸다가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얘기를 들을지도 몰라요.
이미 30~40년 한 선생님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해요. 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요.

 

Q. 계속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옻칠은 변수가 많은 작업이에요. 특히 자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하던 대로 작업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있어요. ‘이유가 뭘까?’ 한참을 고민해 봐요.
원인을 못 찾을 땐 선생님께 찾아가요. 저희 선생님도 이유를 찾지 못해 헛웃음 지으실 때도 있어요. 이런 걸 보면 평생 혼자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Q. 보유자 선생님과 경력 차이도 꽤 날 텐데
선생님을 대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희 선생님을 비롯해 옛날부터 시작했던 선생님들은 10대부터 이 일을 했어요. 그래서 경력이 50년이라 해도 60대, 70대 초반이에요.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고 제가 어려워하지 않도록 선생님이 많이 배려해 줘요.

 

옻칠의 성수기와 비수기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변수가 많다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게 있나요?

날씨나 재료 관리가 큰 변수예요. 날씨도 계속 확인해야 하고 재료 관리도 철저히 해야죠.
습한 날씨에 칠이 잘 마르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작업을 잘 안 해요. 건조장이 따로 있어 아무리 습한 환경을 만들어도 겨울엔 습기가 빨리 날아가요. 쉽게 말하면 한겨울은 옻칠의 비수기예요.

 

Q. 오히려 여름은 옻칠의 성수기인가요?

한여름이나 장마철은 옻칠하기엔 최적의 날씨죠. 하지만 선풍기나 에어컨을 못 켜는 단점이 있어요. 바람 불면 먼지가 많이 날리거든요. 먼지는 공예품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요. 먼지 하나만 붙어도 망친 거나 다름없어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먼지 없애는 공정만 서너 가지 돼요. 작업물에 공기 압축기를 10분 뿌려요. 보통은 한 번만 뿌려도 먼지는 모두 날아가는데 말이죠. 테이블 위도 끈끈이와 물걸레를 번갈아 가며 몇십 번 반복해 닦아요.
가장 마지막에 하는 칠인 ‘상칠’을 할 때는 옆에 사람이 없어야 해요. 소맷자락에서 나오는 먼지가 정말 많거든요. 일종의 강박이죠.

 

Q. 쏟는 정성이 어마어마한데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공예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3주~한 달 정도 걸려요. 옻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거든요. 옻이 마르면 바로 덧칠하는 게 아니라 사포로 면을 다듬고 덧칠해요. 이 과정을 보통 10번 정도 반복하죠. 옻칠 색이 피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옻칠,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옻칠 색이 핀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처음엔 습한 곳에서 건조 시키다 보니 원래 색보다는 어둡게 나와요. 그런 다음 상온에 또 한 번 건조 시켜요. 이때 머금고 있던 수분이 자연 기화되며 원래 색을 찾는데, 이걸 ‘옻칠 색이 핀다’라고 표현해요.
건조되는 동안 ‘제대로 된 색이 나올까?’ 의심하며 기다리죠.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제 색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재밌고 매력 있어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기다림의 시간조차 즐기는 모습이 참 멋진데요. 
옻칠의 장점을 더 알고 싶어요. 

예전부터 옻칠을 사용했던 이유는 변색이 없기 때문이에요. 칠을 한 번 하면 천 년 간다고 말해요. 그만큼 내구성이 강한 도료죠.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다 칠하고 나면 방수성은 물론 방충성도 강해요. 인체에 무해하다는 페인트와 견줘봐도 옻칠을 이길 순 없을걸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나요? 

창덕궁 선정전에 진열된 좌등이 기억에 남아요. 작업 과정은 힘들었지만 완성된 작품을 직접 가서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선정전 어딘가에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 보니 되게 반갑더라고요. 보통 오래 작업한 작업물일수록 애정이 생겨요.
때론 잘 만든 것보다는 오히려 2% 부족한 공예품에 애정이 갈 때도 있고요.

 

무형문화재 이수자의 반전 고민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요즘 들어 예상치 못한 걱정이 생겼다고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큰 골칫거리예요. 특히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전통 공예가는 아마 같은 고민을 할 거예요.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줄어들거든요.
옻칠 공예의 경우는 산림의 파괴로 옻나무가 많이 사라져 옻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졌어요. 나전 작업할 때 사용하는 조개는 개체 수도 많이 줄었어요. 자연산 조개를 양식 조개로 대체하고 있지만 빛깔에서 차이가 나요. 

 

Q.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도 있나요?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요. 분리배출도 철저히 하고 있죠.
그리고 옻칠은 나무에 상처를 낸 후 수액을 채취하는 거라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기후변화 속에서도 잘 자라준 나무엔 감사함을 느껴요. 이렇게 귀하게 얻은 옻칠 재료는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아요. 저뿐만 아니라 칠을 하시는 분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재료를 과하게 아껴서 써요. 한 방울을 채취하는데 드는 노고를 알거든요.

 

MZ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작가

Q.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처럼만 작업하고 싶어요. 재료를 구하고 싶을 때, 원하는 퀄리티로 살 수 있는 상황이 유지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혼자만 노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환경에 대해 많이 신경 쓰면 좋겠어요. 

 

우연히, 천천히 관심을 갖고 시작한 옻칠이었지만 지금은 옻칠하며 행복을 느낀다는 안소라 작가. 작업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옻칠로 푸는 그를 보며 진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소라 작가의 염원대로 우리나라의 칠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진국인 ‘없었는데 있었습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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