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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에서 열광하는 K-일렉트릭 기타

2022.12.01
안소라의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 안소라 작가는
현대 수공예품과 옻칠을 접목해 무형문화재의 트렌디한 생태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영롱한 자개 장식에 옻칠한 일렉트릭 기타를 아시나요? 무형문화재 칠장 안소라 작가는 옻칠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팀 ‘멋질’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K-일렉트릭 기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전통이 대한민국 밖에서 공존하는 꿈에 진국인 안소라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안녕하세요, 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이자 옻칠 공예가 안소라입니다. 옻칠과 나무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고 있어요. 현재는 금속공예를 전공한 악기 디자이너 이정형 작가와 ‘멋질’팀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옻칠로 팀 작업을 한다고요?

옻칠은 상호성이 좋은 도료*예요. 나무뿐만 아니라 금속, 가죽에도 칠할 수 있어서 다른 분야의 공예가와 함께 작업할 일이 많죠. 작년엔 한지장 선생님이 만든 한지에 옻칠해 공예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팀 ‘멋질’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에 나전을 붙이고 옻칠하고 있습니다. 

* 도료 : 물건의 겉에 칠하여 그것을 썩지 않게 하거나 외관상 아름답게 하는 재료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Q. ‘멋질’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 거예요?

서울 중앙시장 지하에 ‘신당창작아케이드’라는 서울시 대표 공예 디자인 레지던시가 있어요. 입주한 작가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공방, 공동 작업장도 있죠. 여러 분야의 공예가들이 만나 작업 얘기도 하고 트렌드를 공유하며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이에요. 이정형 작가와 저는 신당창작아케이드 9기 멤버로, 작업 얘기를 하다가 ‘멋질’을 만들게 됐어요. 

 

트렌드를 물들인 옻칠 공예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안소라 작가> 인스타그램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안소라 작가> 인스타그램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안소라 작가> 인스타그램

Q. 요즘 하고 계신 작업물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전에는 방수성, 방충성이 좋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쓸 수 있는 생활용품 위주로 작업했어요. 최근에는 옻칠이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서프보드를 작업했어요. 자개로 바다 생물을 조각해 올리고 옻칠한 보드였죠. 옻칠의 질감을 활용해 회화 작품을 만들기도 해요. 공예의 품격을 올리는 목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렇게나 활용도가 높다니. 새로운데요? 

옻칠은 넓은 ‘공간’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특히 전통 한옥이나 절과 같은 목조 건물에는 옻칠이 필수였죠. 요즘에도 종종 절 내부의 바닥이나 한옥에 옻칠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해요. 옻칠이 자그마한 공예품에만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활용도가 정말 높은 도료예요.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멋질 악기연구소>유튜브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멋질 악기연구소>유튜브

Q. 옻칠에 여러 색도 입힐 수 있다던데요.

옻나무 수액은 적갈색이에요. 그걸 정제하면서 투명도를 올리고 안료를 섞어가며 원하는 색을 만들어요. 돌가루 같은 안료도 쓰기도 하지만 요즘은 화학 안료도 잘 나와서 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죠. 

 

Q. 작가님만의 고유 색이 있나요?

빨간색,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처럼 대다수가 쓰는 색을 많이 활용해요. 가끔 옻칠 공예가들이 안 쓰는 색을 시도하는데, 그땐 파스텔 톤이나 톤 다운된 카키 계열을 써요. 제 또래나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색을 쓰고 있습니다.

 

나전 장식에 옻칠한 K-일렉트릭 기타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Q.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일렉트릭 기타’도 소개해 주세요. 

금속 공예를 전공한 이정형 작가와 함께 일렉트릭 기타를 만들고 있어요. 이정형 작가가 연주하기 편한 모양이나 조립의 편리함을 고려해 기타를 디자인해요. 저는 외형과 잘 맞는 옻칠을 연구하며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일렉트릭 기타를 작업하게 된 이유는 뭐예요?

가장 첫 번째는 옻칠은 혼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려운 종목이기 때문이에요. 작업물에 칠을 해야 비로소 옻칠의 진가가 발휘되죠. 두 번째는 공예품은 관심 있는 분만 찾기 때문이에요. 일렉트릭 기타는 대중화된 악기이자 공예품으로도 인기가 많아서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이정형 작가> 인스타그램

Q. 하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고요. 

주로 해외에서 러브콜이 와요. 저희 기타는 일반적인 기타 모양이 아니라 ‘아트 기타’로 불려요. 작업하는 영상이나 과정을 SNS에 올리면 해외 판매원에게서 미팅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오죠.

 

Q. 옻칠한 기타라는 걸 알고 연락을 주는 거예요?

처음엔 디자인이 예뻐서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모양도 특이하지만 반짝이는 자개가 특별함을 더하죠. 하지만 옻칠이라는 도료와 제작 방식을 설명하면 더 큰 관심을 가져요.  옻칠을 다루는 나라는 동아시아밖에 없어요. 생소한 그리고 ‘아시아틱’한 도료라며 눈을 반짝이죠.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이정형 작가> 인스타그램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이정형 작가> 인스타그램

Q. 한국적인 것들은 늘 해외에서 먼저 알려지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이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렉트릭 기타는 외국에서 먼저 알려질 수밖에 없는 악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제는 외국에서 먼저 선보여 K-일렉트릭 기타를 알리려고 해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면 옻칠을 비롯한 한국 공예품이 저절로 알려지지 않을까요? 

 

Q. 기억에 남는 해외 반응이 있나요?

해외 판매원과 얘기하다가 저희 작품에 대해 자신 없는 모습을 내비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판매원이 자신감을 가지라며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해줬어요. 그 말이 어찌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툭 내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계속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무형문화재를 잇는 새로운 시각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Q. 현대적인 오브제로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무형문화재를 잇는 새로운 시각인 것 같아요.

기술 보존도 전통을 잇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일렉트릭 기타나 서프보드에 옻칠하고 있지만 작업할 때 전통 기법과 기술이 그대로 쓰이거든요. 옛날에 쓰던 소반이나 합에서 기타, 서프보드로 작업물만 달라졌을 뿐이에요. 전통 방식과 기술을 유지하는 건 무형문화재를 이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옛날에 쓰이던 물건이나 한옥처럼
‘공간’에 옻칠하는 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잊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무형문화재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도 아닐뿐더러 기록이 남지 않으니 잊힐 수밖에 없죠.
하지만 지금 필요 없다고 해서 제쳐둔 전통이 몇십 년 뒤에는 어떻게 적용될 지 아무도 몰라요.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멋질 악기연구소> 유튜브

Q. 옻칠을 잇기 위해서 지원이 더 필요하진 않나요?

금전적인 지원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요. 일본만 해도 전통 옻칠을 지키기 위해 많이 알리고 소비하게끔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옻칠을 많이 알리는 차원에서 지원해주시면 좋겠어요.

 

Q. 전통문화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나요?

무형문화재라 하더라도 소외되는 종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종목이 있어요. 옻칠은 몇 년 전만 해도 소외된 종목으로 지원이 많이 부족했죠. 하지만 보유자와 이수자 그리고 공예가의 노력으로 옻칠이 대중화됐어요. 그에 따라 지원도 늘어났고요. 인위적인 노력으로도 전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봤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습니다. 

 

Q. 선생님들이 정말 큰 노력을 하고 있네요.

선생님들께 늘 감사해요. 저희 세대에서 자유로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선생님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 선생님도 있거든요. 하지만 보유자라는 사회적 위치와 사명감으로 전통 옻칠의 심지를 지키고 있는 거죠. 스승님도 제가 일렉트릭 기타 작업하는 걸 응원해 주시거든요. 선생님들이 있어서 정말 든든합니다.

 

높이 올라라, 공예의 품격!

진국인 안소라작가 K-일렉트릭기타

출처 : <안소라 작가> 인스타그램

Q.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예품을 구매하는 걸 떠나서 하나의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옻칠은 나무에서 나온 수액이라는 걸 아는 것부터 시작일 것 같아요. 마치 회화 작품을 감상하듯이 공예품도 멋진 작품이라 생각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Q. 작가님의 목표는 뭐예요?

저는 하고 싶던 걸 다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전통 공예품이 아닌 걸로도 작품 활동을 하는 게 옻칠 이수 과정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거든요. 앞으로는 옻칠로 캔버스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일렉트릭 기타처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쓰이는 게 아닌, 늘 곁에 두는 회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옻칠도 여러 용도로 쓰이는 도료가 되면 좋겠습니다. 

 

작품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좋겠지만 ‘재밌고 행복하게 작업하는 작가’로 봐 달라는 안소라 이수자. 다른 분야의 공예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왠지 모를 자신감도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옻칠이 전통 도료로써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널리 쓰이길 바랍니다. 

 

진국인 ‘없었는데 있었습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 안소라 작가 1편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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