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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Z세대가 LP에 열광하는 이유

2022.12.22
하종욱의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를 운영하며 
20여 년간 사라졌던 LP 산업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지루해도 음악을 쉽게 건너뛰곤 하죠.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배속’의 시대에서 ‘천천히’를 고집하는 음악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바로 절대 건너뛸 수 없는 ‘LP’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의 하종욱 대표는 이게 바로 LP의 매력이라고 해요. LP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LP를 사랑하고 만드는 것에 진국인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안녕하세요. 국내에서 유일한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의 대표 하종욱입니다. 

 

Q. ‘마장뮤직앤픽처스’ 이름의 뜻이 궁금한데요.

 LP 산업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던 1968년, 마장동에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포크 음악이 탄생하며 대한민국 음악 역사상 의미 있는 공간이 됐죠.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이곳을 인수하며 역사를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만든 이름입니다. 최근 LP 공장을 하남으로 이전했지만 이름만은 여전히 ‘마장’뮤직앤픽처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새기는 다섯 개의 과정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슬로건도 참 멋지다고 들었어요.

‘음악을 새깁니다’가 저희 슬로건이에요. LP판에는 소리의 파장을 형성하는 홈이 파여 있는데 이걸 ‘소리골’이라 부르죠. 디지털 음악과 아날로그 음악의 차이는 물리적 접촉의 유무에 있어요. 소비자는 LP판에 바늘을 올림으로써 소리골에 새겨진 흔적을 읽는 거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음악이 주는 진심을 오롯이 느끼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늘 진심이 담긴 음악을 새기고 있습니다. 

 

Q. ‘LP에 소리골을 새기고, 소비자는 소리골에 담긴 음악의 흔적을 읽는다’
정말 멋진데요! 그럼, LP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요?

총 다섯 단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첫 단계는 기획, 두 번째는 소리골을 새기는 과정인 커팅. 세 번째는 대량 생산을 위한 도금과 스탬퍼 과정을 거칩니다. 네 번째는 적절한 온도 값과 압력 값을 찾아서 좋은 음질의 LP를 찍어내는 프레싱이 있고요. 마지막으로는 검수와 포장입니다.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거쳐 LP가 탄생합니다. 

 

LP, 되겠냐?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우리나라에 LP 공장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LP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요?

만류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저였습니다. LP 생산 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죠. ‘굳이? 되겠냐?’라고 하며 만류했어요.

 

Q. 그런데 어쩌다 함께하고 계신 건가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LP에 정말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LP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재생 수단으로 중학교 때부터 매달 쉬지 않고 LP를 사 모았죠. 두 번째는 사명감이었어요. 외국에서는 LP 공장들이 부활하면서 아티스트들도 LP로 새로운 음악을 많이 선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음악 강국인 우리나라도 LP 생산 시설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는 LP 제작 공장을 세우겠다고 의기투합한 이들이 부러워서였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에너지와 쏟는 모습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마장뮤직앤픽처스와 쭉 함께하고 있습니다. 

 

LP의 부흥, 그 첫 발걸음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땐 힘들었을 것 같아요.

SNS로 LP 만드는 과정을 봤을 땐 호떡 찍는 것처럼 쉬울 것 같더라고요. 엄청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던 거죠. 본격적으로 LP를 제작해보니 온도 값과 압력 값, 먼지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더라고요. 모든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산업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Q. 그래서 초반에는 기술 제휴를 위해 해외에 연락을 많이 했다면서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LP 공장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호주는 LP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주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저희는 LP 생산의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이들과의 기술 제휴를 맺으려고 시도했죠. 하지만 저희가 잠재적 경쟁자라 생각했는지 비협조적이었습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과거 LP 생산에 종사했던 선배들을 만나 노하우와 기술력을 메모하고 계속 공부했어요. 저희를 정말 기특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을 고문으로 모시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사라졌던 LP 산업을 더 빨리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과정조차 철저해야 한다는 깨달음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었던 앨범이 있다고 들었어요.

백예린 1집 ‘Every letter I sent you.’는 참 아픈 기억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고 곱씹어야 할 작업이기도 하죠.

 

Q. 어떤 일이 있었나요?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이 시대에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을 소개할 수 있어 설렜습니다. 실제로 품질에 대해 호평도 많이 받았던 작업이었죠. 하지만 특정 곡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완벽하지 못했던 품질을 인정하고 전량을 리콜했고 수 달 뒤에 재납품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정말 아찔했을 것 같네요. 이 일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나요?

손실도 컸고 참 아픔도 많았던 만큼 저희가 해내가는 과정마저도 완벽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반성도 참 많이 했습니다.
한 해가 흐를수록 LP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수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했다고 생각해요. 당시 성수동 공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과 수요를 소화할 수 있지 못했던 곳 같아요. 그래서 최근 하남에 새로운 공장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현대적이고 자동화 설비를 많이 갖춘 곳이랍니다.

 

LP 시장이 점점 살아났던 ‘어떤 날’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평소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뭐예요?

원칙은 원작자,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들이 작업했던 원형 그대로 아날로그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음악이 이질감 없이 같은 의미로 전달됐으면 해서요. 변환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되도록 원본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노력합니다.

 

Q. 어떤 아티스트들과 함께했는지도 궁금한데요. 

지금은 작고한 조동진 선생님, 쳇 베이커, 오스카 피터슨, 요한나 마르치 같은 클래식 아티스트 음원을 발매했죠. 이후로는 선우정아, 김동률, 이적, 이소라, 조용필, 김창환, 신중현, 이적, 패닉, 클래지콰이, 장필순, 서사무엘 그리고 크러쉬. 정말 많네요.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LP가 있다면요?

조동진 ‘어떤 날’ 앨범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LP의 매력에 빠지게 했던 곡이라 사심 담아 발매했죠. 하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Q.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재발매를 위해 원작자였던 조동익 선생님과 관계사인 ‘푸른곰팡이 (현. 하나 뮤직)’와 오랫동안 얘길 나눴죠. 하지만 워낙 예전 곡인 데다 그걸 요즘 시대에 LP로 발매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더라고요.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까지 포함해 약 2년 반 만에 재발매 할 수 있었습니다.

 

Q. 발매 후 반응이 어땠어요?

재발매하기 전에는 중고로 혹은 누군가의 서재에 남아있었을 이 음악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음악을 기다려왔던 사람들에겐 소중한 선물이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음악이 나왔을 때 제 또래에게 칭찬과 격려를 참 많이 받았어요.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어요. 500장의 LP가 모두 팔리기까지 약 1년 정도 걸렸거든요. 하지만 2030세대나 MZ세대가 앨범을 찾아주시면서 스테디셀러가 됐어요. 

 

MZ의 마음을 흔든 아날로그 음악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MZ세대의 반응이라, 정말 의미 있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요?

많이 팔렸다고 자랑스러운 음반이라기보다 새로운 세대에게 발견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의미 있던 작업 중 하나였습니다. 

 

Q. 과거에 비하면, 지금 LP 시장은 정말 많이 커진 것 같아요

저희가 회사를 설립했던 2017년만 해도 한 해 LP 생산량은 2만 장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 무렵부터 LP가 부활하기 시작했고, 2021년 생산량을 확인했더니 약 20만 장 정도 되더라고요. 2017년에 비하면 10배의 성장을 한 거죠.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그 주축에는 MZ세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세대가 LP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LP는 요즘 세대에게는 음악 본연의 의미를 알려주는 좋은 선생님이자 매체라고 생각해요. LP는 여러 가지 환경이 갖춰져야만 좋은 소리를 내죠. 곡을 듣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과정도 많고 까다로운 매체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있기에 우리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음악이 내 것이 된 듯한 느낌을 느끼는 거로 생각해요. 이런 매력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부분은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감상하죠.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 음악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요즘 음악을 만들어내는 환경도 많이 진화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디지털이 조금 더 대세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충돌, 공존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구현하는 가장 편리한 방식에 불과해요. 아날로그 없이 디지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음악이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가 새겨나갈 미래

마장뮤직앤픽처스_하종욱대표

Q. 앞으로의 마장뮤직앤픽처스도 너무나 기대돼요.

5~6년 전까지는 소리골에 열정을 담는 데 치중했습니다. 이제는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LP는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대충 매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자동화에 초점을 맞춰 한 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Q. 마장앤뮤직픽처스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LP는 디지털이 가지지 못한 본질적인 매력과 풍부하고 따뜻한 소리를 전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듯 LP 존재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래서 LP 음악이 다음 세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잘 담고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글대는 잡음 사이로 들리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풍부한 이야기를 곱씹으면 아티스트가 마치 내 방으로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하종욱 대표가 얘기한 LP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한 해에 겨우 2만 장 판매되던 LP가 20만 장을 판매하기까지. LP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으로 하종욱 대표와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오늘도 음악을 새기고 있습니다. 

 

진국인 ‘없었는데 있었습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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