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제품으로 1억 7천만원 펀딩 만들기
2021.12.20버드나무 브루어리 공동창업가,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다
수제맥주로 연간 21억 매출을 만들어냈던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공동창업자 전은경 대표는 ‘토민’이라는 브랜드로 다시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 브랜드로 전은경 대표는 3개월 만에 1억 7천만 원의 펀딩액(누적)을 달성했고, 서포터들이 ‘믿고 펀딩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냈습니다. 객단가 천원 대인 탄산음료로 1억 7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펀딩액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성 강한 음료로 와디즈의 문을 두드린 토민 전은경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왜 다시 창업을 했냐고요?
전은경 대표 │저는 20대 때 여행 기자로 일하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회사를 공동창업했습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지역 맥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강했고요, 쌀로 맥주를 만든다든지 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어요.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 200군데에 입점했고, 홈플러스, 신세계 등에서도 보실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많은 분들이 잘 운영되고 있는 맥주 양조장을 ‘왜’ 나와서 고독하고 힘든 창업의 길을 갔을까 궁금해 하세요.
토민: 땅과 사람을 이롭게 하자는 뜻. 건강하고 안전한 음료, 식품을 제조하여
지역의 가치와 농업의 가치를 고양시키고자 한다.
믿을 수 있는 원료로만 제품을 제조하는 Farm to Product 원칙을 세웠다.
첫째, 더 본격적으로
첫 번째는 버드나무를 하면서 경험했던 ‘지역 농산물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좀 더 본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맥주의 경우에는 아무리 비싼 농산물을 쓴다 하더라도 원재료가 외국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고, 생산할 수 있는 아이템도 한정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토민을 통해서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서 더 다양한 식품을 개발해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더 넓게
다음은 유통에 대한 문제였어요. 식품 관련 업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류 중에는 전통주만 온라인 유통이 가능해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맥주로 오프라인 유통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맥주라는 주류 외에 다른 영역을 통해 온라인 유통을 진행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 샤인클링
전은경 대표 │위에 보이는 제품 샤인클링이 토민의 첫 제품입니다. 창업의 모든 시작이 그렇지만, Pain point를 발견해서 고객의 불편한 상황을 해소해 주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5년 동안 맥주 사업을 하면서 술이든 물이든 항상 탄산이 들어 있는 것만 마시는 탄산 중독자였는데요.
맥주를 끊겠다고 탄산음료를 마시다 보니까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설탕도 많이 들어있고, 칼로리가 너무 높아서 뭔가 죄책감이 들고 탄산수는 너무 쓰고 마시기가 힘들더라고요. 또, 과일청을 타마시려니 엄청나게 번거로웠어요. 그래서 그 모든 단점을 해소해주는 제품을 만들어보려고 했죠. 그렇게 만들게 된 제품이 당류도 0g이고, 칼로리도 매우 낮은(8kcal) 탄산음료 샤인클링이었죠.
건강하고 투명한 가치
전은경 대표 │그런데 사실 제로 콜라나 나랑드 사이다와 같은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기존에도 있어왔죠. 그래서 저칼로리 음료와 비교했을 때도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원료를 농가에서 직접 구매해서, 국내산 과일을 직접 과즙을 내고 음료를 만드는 과정으로 좀 더 건강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기존에 가공 식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샤인머스캣이라는 과일을 활용해서 프리미엄한 가치를 더했어요. 또, 설탕 뿐 아니라 인공 향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감미료를 넣지 않았어요.
시장에 나가면 기존 대기업의 제품과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면 작은 기업인 저희는 차별성을 가져야 해요. 대기업이 시장구조 상 할 수 없는 것이나 하지 않는 것을 했을 때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눈여겨 봐주시죠. 저희의 경우에는 원료를 모두 공개하니까, 값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신뢰를 갖고 펀딩을 해주시고요.
하지만,
유통이 문제였습니다.
식품 제조는 최소 주문 수량(MOQ)가 많고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제품을 만들게 되면 제품의 많은 물량을 유통하는 데 집중을 해야 합니다. 특히 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은 최소 주문 수량이 더 높아지는데요. 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음료를 제조할 경우 최소 단위는 10만개(24개입 박스로 4,000박스)부터 시작합니다. 식품 사업을 시작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유통하지 못하면, 초기 투자금을 모두 버리게 되어 작은 사업장은 버티기 힘들어지죠.
전은경 대표 │탄산음료의 유통 구조 자체가 대기업에서 생산하고 유통까지 하는 분야에요. 음료는 유통기한이 1년 정도 되기는 하지만, 대기업에서 편의점, 마트 등의 정통적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그곳을 비집고 들어가서 영업을 하기는 힘들어요.
제품을 만들면서 유통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생산 수량은 많고, 유통망에 대한 한계도 있고, 창업한지 3개월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인지도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죠. 또 제가 창업에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채널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협력할 수 있는 사람(MD 등)의 인맥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품 생산 후에 어떻게 판매를 할지 담보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딱 만 개만 펀딩 받자는 생각
전은경 대표 │‘10만개를 만들어서 이 제품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망하지 않고 다음 제품을 또 낼 수 있고, 이 회사를 끌어갈 수 있으려면 몇 개를 팔아야 할까’를 가장 먼저 생각해봤어요. ‘한 5만개 정도만 팔면, 그래도 이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면 그 5만개 중에 만 개나 이만 개 (1,000만원~2,000만원) 정도만이라도 와디즈라는 채널로 선주문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와디즈는 이 제품을 내기 전에 ‘한 번 시도해볼까?’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어요. 내가 망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었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정말 절실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교육을 4번이나 갔어요. 마지막에 심화멘토링을 들었는데, 제가 고민하고 있던 많은 부분이 PD컨설팅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그때 운이 좋게 그때 만났던 PD님과 프로젝트를 하게 되어서 그때 이후로 본격적으로 와디즈와 본격적으로 인연이 되었죠.
목표 금액 1,000만원에서 1억이 되기까지
전은경 대표 │펀딩을 준비하며 기획단계에서 잡았던 소구포인트와 다르게, 와디즈 펀딩으로 저희 제품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와디즈만의 문법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PD님과의 협업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목표 금액을 1000만원, 좀 더 희망적으로 2000만원 정도를 보고 생각을 했어요. 와디즈에 탄산음료를 검색했을 때 최대 펀딩액이 천만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PD님이 봤을 때는 이건 3,000만원 이상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목표 달성 수치를 높이자라고 방향 설정을 해주셨고, 목표에 따라 광고, 펀딩 리워드 설계를 바꾸었습니다.
박스 단위로 리워드를 구성하자는 PD님의 의견에, 저는 당시에 ‘1박스, 3박스, 6박스로 구성된 리워드를 누가 펀딩할까’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리워드 설계를 박스 단위로 높인 덕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펀딩에 성공했어요. 6천만원 가까이 펀딩이 되었죠. 그때 와디즈 PD님들이 원석을 발견해서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민의 첫 펀딩
펀딩을 한 번 겪고 펀딩의 생리를 알게 되니까, 펀딩에 대해 조금 감이 오기도 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때 담당 PD님이 1억원을 목표로 펀딩 준비를 해보자고 말씀해주셨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펀딩 준비를 했죠. ‘가격도 천 원대인데, 1억원 펀딩이 될까?’ 싶었어요. 그랬는데 1차 펀딩을 한 분들이 어마어마하게 재펀딩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2차 펀딩에는 1억 1천만원 정도 펀딩액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3차 펀딩 때 진행했던 서포터 설문조사
물론 성과도 좋았지만, 펀딩을 진행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점이 참 좋았어요. 저희는 제품 기획 초기에 20~30대 다이어터, 식단 관리 중인 사람들을 타겟으로 기획을 했었는데요. 서포터님들은 가족 단위로, 물처럼 마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주고객층을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또, 와디즈 펀딩을 통해서 정말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해요. 샤인클링 새소식에 피치클링 펀딩 오픈 예정이 시작되었다는 새소식을 올리자마자 첫 날에 알림 신청자가 500명이 넘었을 때 와디즈 내에 있는 저희 팬덤의 힘을 느꼈어요.
이제 토민은
이후에 토민은 자사몰을 오픈하고 마켓컬리, 쿠팡 로켓배송 등에 입점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홍석천씨와 콜라보 방송을 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해요.
전은경 대표 │1년 간 3번의 펀딩을 통해 와디즈와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와디즈는 저에게 단순히 내 제품을 소개하는 플랫폼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와디즈에 대해 초기 기업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고,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식품 펀딩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큰 목표를 가지시고, 그것에 맞게 준비를 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름이 전혀 나있지 않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도 단일 품목으로 이정도 펀딩액을 달성했으니까, 다른 분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토민은 더 많은 지역농산물로 더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국내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더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에 대해 알게 되시고, 작은 기업들의 이러한 흐름이 모이면 우리 농촌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산물 자체의 품종을 부각해나가는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2021년도에는 매달 펀딩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스파클링 뿐 아니라 다른 밀키트류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음료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토민의 제품을 펀딩으로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오늘 토민의 새 제품인 라봉클링이 오픈했습니다. 이번에는 원물과 음료를 함께 구성해 설날 선물 세트를 만들어봤어요. 저희 토민의 펀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