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 신발로 포브스 선정까지!

2021년 10월 26일 | START UP, 가치 더하기

‘와디즈 가치더하기(wadiz Better P.L.U.S)’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와디즈가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과 성과를 △Partner △Local △Unique △Start-up △Social impact 다섯개 파트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과 동반 성장하는 사업 모델로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와디즈의 행보에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3월 초,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의 이온 대표가 포브스 선정 ‘미래를 빛낼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것이었죠.

트레드앤그루브는 와디즈로 시작한 브랜드이자 첫 제품인 첼시부츠(링크)로 펀딩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후 샌들과 슬리퍼로도 펀딩에 성공하며 팬층을 더 두텁게 할 수 있었죠. 와디즈 그린 메이커로 사랑받았던 브랜드이기도 해요.
트레드앤그루브 이온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브랜드의 진솔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들어보세요!

* 이 글은 2021년 진행된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모든 발걸음에 진국인 이온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 앤 그루브 대표 이온

안녕하세요.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이온입니다. 저희는 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기업이죠.

 

 

다양한 형태의 '트레드'

이게 바로 다양한 형태의 ‘트레드’

Q. 트레드앤그루브, 이름이 특이한데요.
무슨 뜻인가요? 

트레드는 타이어가 지표면에 닿는 부분을 말하고, 그루브는 거기 새겨진 무늬를 말합니다. 즉, 표면에 닿는 타이어의 무늬라는 의미예요.

 


 

대충 썰어 만든 신발?

트레드 앤 그루브 신발 밑창을 만들고 있는 모습

트레드 앤 그루브 신발 밑창을 만들고 있는 모습

Q. 타이어를 활용한 신발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게 되셨나요?

해외 뉴스에서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사람들이 타이어를 대충 썰어 신발을 만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비포장도로에서 발을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이었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조금 더 다듬어 제대로 된 신발을 만들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Q. 폐타이어와 관련한 실상을 마주했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면서요?  

신발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폐타이어에 관한 환경 문제를 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폐타이어가 비교적 잘 처리되는 편이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는 폐타이어를 그냥 묻어 버리거나 태운대요.
세계적으로 매년 10억 개 정도의 폐타이어가 나오는데 타이어가 불에 탈 때 유해 물질이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당장 피부로 와닿진 않겠지만 조금만 상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재밌는 거 같이 할래? 그럼 일단 와 봐! 

Q. 어떻게 창업까지 하게 된 건가요?

전역 후 복학한 시점에  뭔가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던 때라 창업 동아리를 만들면 많은 사람이 신청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당시 학교에는 창업 지원단이 없던 시절이라 교수님께 절차를 듣고 팀원을 모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Q. 팀원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나요?

일단 전단지부터 만들어 학교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녔어요. ‘나도 창업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 있고, 재밌는 거 해보고 싶은 사람은 일단 와라.’라는 내용의 전단지였죠. 다행히 팀원이 모이기 시작했고, 3명이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동아리라기보다는 소모임 수준이었지만 창업 캠프와 경진대회에 참가하며 점점 기회를 만들어 갔어요. 

 

Q. 기회를 열어주는 학교도 대단한데요. 

도시 관련 특화 학교였고 ‘사회학’이라는 포괄적이고 방대한 학문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곳이었어요. 살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교수님이 많이 알려주셨죠. 폐타이어로 인한 환경 문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일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Q. 타이어를 구하는 건 쉬웠나요?

학교 근처 카센터에 가서 폐타이어를 좀 달라고 했습니다. 사장님들이 ‘이걸 가져가서 어디에 쓰냐?’며 경계하더라고요. 처음 한 두 번은 설명하다가 나중에는 “미대생인데 예술 작품 만드는데 타이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더니 그냥 주시더라고요. 미대생을 가장해 타이어를 구할 수 있었죠.

 

Q. 타이어를 가져온 다음은요?

문구점 조각칼, 커터칼, 톱으로 분해부터 했어요. 타이어로 신발을 만들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했거든요. 해체해 보니 타이어 안에는 고무만 있는 게 아니라 철사와 여러 가지 부품이 있더라고요. 이 과정을 통해 신발이 될 수 있는 부분과 버려야 하는 부분을 알게 되면서 저희만의 데이터를 쌓아갔습니다. 

 

Q.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아직까진 시작에 불과해요. 분해한 타이어를 가지고 성수동 수제화 거리로 나갔습니다. 가게를 50군데는 돌아다녔을 거예요. 문전박대도 많이 당하고 낮은 인지도로 해내기에 벅찬 일들이 많더라고요. 

 

트래드앤그루브 팀원들끼리 분해해본 타이어의 형태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한 이유가 궁금해요.
창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요?

확신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웃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뿐이에요. 폐타이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마주할수록 우리가 하는 일이 훗날 큰 의미가 있을 거란 건 확신합니다. 가끔 누군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택하냐고 물어요.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이 일이 노는 것만큼 재밌어요.”

 


 

함께 할수록 커지는 가치 

트래드앤그루브가 타이어를 분해하여 성수동 가죽공방을 찾을 때의 모습

Q. 성수동 거리로 나갔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요?

성수동에 수십 년 경력의 수제화 장인분들이 있잖아요. 타이어로 신발을 만들 수 있는지,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한두 곳 빼고는 저희를 상대도 안 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몇 군데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해주셔서 희망을 봤죠. 그중에서도 저희 취지를 듣고 흥미롭게 생각해 주신 장인분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Q. 상대도 안 해주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거절하셨던 거 같아요. ‘신발 만드는 기계에 타이어를 넣으면 망가질 수도 있다.’ 혹은 ‘만들 수는 있지만 시간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효율을 따져보니 시중에 나와 있는 원료와 공법을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3분의 1정도 줄일 수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타이어라는 주 재료를 포기하지 않았죠. 

 

Q. 장인분을 만나고 펀딩을 준비하기까지는
수월한 편이었나요?

비용 부분이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애초부터 펀딩을 진행할 거라고 설명드렸어요. 의외로 성수동 장인분들이 크라우드 펀딩의 개념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밑바닥인지, 맨땅에 헤딩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셨어요. 걱정하던 부분이 거의 해소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마음은 조금 편했던 것 같습니다. 

 

Q. 완성도를 위해서 노력을 많이 기울이셨다던데.

타이어를 가공하고 신발에 적합하게 하는 과정에서 참 큰 노력을 했습니다. 기존의 신발 접착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 타이어에 바느질을 할 수 있는지 연구했죠.
하지만 신발의 퀄리티와 완성도는 장인분들의 노력이 큽니다. 저희가 타이어라는 경험과 제작 제반 사항들 그리고 친환경적인 가치를 제공했다면 이외의 모든 완성도는 장인분들이 다 만들어주신 거예요.

 

Q. 특허도 내셨다고요?

타이어를 가공하는 과정에 대한 기계 특허를 하나 냈고요. 가공된 타이어를 신발로 만드는 제화 공정에 관한 특허도 냈습니다.
물론 저희가 해낸 것은 아니고 기계 쪽을 도와주시는 담당자들과 신발 공장 개발실 그리고 생산 담당자들이 큰 노력을 기울여주신 덕분에 특허를 추론해 둔 상태예요. 

 


 

펀딩, 그 이상의 의미

Q.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과정에서도
패션 업사이클링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과거의 패션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됐죠. 하지만 요즘에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을 중요시 생각합니다. 그래서 패션 업사이클링은 지금도 앞으로도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집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신발 디자인이나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은 정말 독특한 재미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Q. 트레드 앤 그루브의 목표는 뭔가요?

어떤 분은 ‘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봐야 그 많은 타이어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겠냐?’라는 얘길 해요. 하지만 저희가, 제가 환경을 생각할 때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이런 조그만 것들이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신발로 시도했지만, 다른 분이 타이어로 다른 더 좋은 것을 만든다거나 타이어를 소모할 방안을 생각해 낸다면 저희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드린 거로 생각하거든요.

 

트레드 앤 그루브 로고 마크

트레드 앤 그루브 로고 마크

Q. 인터뷰를 보는 모든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죠. 저 또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이 고군분투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조금씩 계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발 하나를 사더라도 폐타이어로 만든 업사이클링 신발을 산다면 그것 또한 사소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저희의 가치에 공감해 작은 한 발걸음을 내디뎌 주신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걸음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나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나날들에 의미 있는 걸음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진국인 이온 대표의 포브스 선정을 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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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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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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