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한 대학생이 세계화라는 큰 흐름을 몸소 느끼고자 무작정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유럽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이란 나라를 몰랐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설명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존심이 상한 그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꼭 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겠노라고.
27년 후,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 홍보가’가 되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일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한국 홍보 활동을 이어 오신 서경덕 교수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Q.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시지만,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 말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서경덕 교수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한국을 알리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한국 홍보 전문가’라는 애칭으로도 불러 주시곤 하더라고요. 참 쑥스럽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차원에서 지어주신 별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한국 홍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 한국 홍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 사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시작을 대학생 연합 이벤트 동아리로 하게 되었죠.
동아리 이름은 ‘생존경쟁’이었는데요. 치열하게 살아보자는 개념보다도 도전적인 대학생들이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멋진 모습을 담아내고자 ‘생존경쟁’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창단하게 되었죠. 돌이켜보니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대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 생존경쟁의 모태가 된 것 같아요.
대학생 때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을 하고 싶었죠. 이렇게 젊었을 때, 좌충우돌을 겪어보면 나중에 제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했던 생각들이 어느 정도 맞았던 것 같아요. 한창 동아리 활동할 때, 자금 마련을 위해 후원받으러 다녔었는데, 후원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도 어려웠죠.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대학생을 누가 믿고 큰돈을 주겠어요. 그래서 그 당시 각 기업 후원 담당자 명단을 정리해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연락을 드렸죠. 일단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게 중요했으니까, 틈날 때마다 담당자분들께 전화를 드렸던 거예요. 20년이 지난 지금, 그분들이 한 기업의 임원이 되어 계시더라고요.
이런 경험들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났을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대학교 때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Q.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한국 홍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세계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1996년도에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몸소 체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해외에 나가보니, 외국인들이 저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알더라고요.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죠. 그래서 한국을 알리는 일을 직접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한국 홍보 활동의 시작이었죠.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귀국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광복절 행사가 열린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그 소문이 지금의 SNS 바이럴 마케팅처럼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었죠.
저는 20명에서 30명 정가 행사에 참여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300명 이상이 모였어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 모인 한국인 300명이 다 같이 만세 삼창 하고, 애국가와 아리랑을 부르며 2시간 동안 행사가 진행되었죠.
아직도 그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진지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대한민국을 알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Q. 교수님이 ‘한국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홍보 활동을 통해 세상이 바뀌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죠. 한 가지 예를 말씀드리자면, 배우 송혜교 씨와 함께 10년 전부터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거든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한국어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는데 저는 그게 정말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무작정 찾아갔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관계자 입장에서는 정부 기관 사람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도 아닌 사람이 찾아와서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싶다고 말하니까, 믿지도 않을뿐더러 무슨 돈이 있다고 이걸 하겠다고 하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계약서만 있다면 돈을 마련해올 수 있다고 했죠. 계약서 작성을 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렇게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설득해 얻은 계약서를 가지고 한국에 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이 종이 한 장이라면 후원은 문제없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에 돌아와 후원받기 위해 반년 정도의 시간 동안 2백여 군데 넘게 다닌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좋은 취지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일을 당신이 왜 하느냐”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때마다 “꼭 필요한 일이니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죠.
끝내 한 기관에서 후원이 결정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한국 음성 서비스가 오픈되던 날, 정말 감격스럽더라고요. 항상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만, 결과적으로 변화가 찾아오는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다 보니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 일을 왜 했을까?”, “왜 하는 중일까” 하는 후회는 아직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후회가 되죠. 그럴 때는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분석하죠. 그런 분석을 통해 다시 그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일들을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참 많았고,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많이 해왔는데요.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데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우리는 왜 독도를 지켜야만 할까요?
국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간은 영토입니다. 우리 영토를 스스로 지켜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독도라는 우리의 영토를 지켜나가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 거예요. 독도가 우리 땅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거죠.
한편으로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게 지겹다는 반응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그런 반응에 대해 저를 크게 지지해준 적이 있는데요. 제 활동에 힘을 모아주려는 목적으로 최단기간인 ‘4주’ 동안 최다 인원인 약 ‘10만 명’ 정도의 분들이 당시 최다 금액인 ‘2억 1천만 원’을 모금해서 주셨어요.
저는 그 돈으로 역사 왜곡을 멈추라는 전면광고를 워싱턴 포스트에 실었죠. 그리고 그 광고 하단에 “이 광고는 대한민국 네티즌 10만 명이 힘을 모아 만든 광고다”라는 멘트를 게재했어요. 이 광고는 외신에 소개되면서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져왔는데요. 많은 사람의 힘이 모였을 때의 파급력을 이때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죠.
Q. 지금까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에 공통적으로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모두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존재이죠. 세상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었을 때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한 곳에 모이면 큰 시너지가 발휘되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 행동한다면 반드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곧 있으면 한국 홍보 활동을 한 지 30주년이 되는데요. 저는 지금 막 한국 홍보의 ‘제1막’을 마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30년간 새롭게 펼쳐질 ‘제2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나머지 30년을 채워 나갈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힘을 키워나가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전보다 더 세련된 방법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알릴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대한민국 문화를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30년을 보내고 싶습니다.
제 묘비명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한국 홍보’라고 적혀있는 것만으로 많은 분이 저를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 절반 이상을 이 일을 하며 살았고, 나머지 인생에서도 한국 홍보에 매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 홍보’가 저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진심은 어디에 닿아 있나요?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진심을 다한다면 좋은 변화가 찾아오기 마련이죠.
지금까지 세상을 바꿔온 것처럼, 앞으로도 세상의 변화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할 서경덕 교수의 발걸음에 와디즈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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