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2021.10.26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소위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세상을 바꿨다’라고 하면 엄청난 시작이 있을 거라 생각이 되지만, 아마 그 시작은 아주 작은 한 걸음으로부터 이어졌을 거예요.
오늘은 한 명의 발걸음으로 시작되어 점점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세상을 바꿔 나가는 메이커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 앤 그루브 대표 이온님입니다.
Q. 트레드 앤 그루브, 이름이 특이해요. 어떤 뜻이 있나요?
안녕하세요. 트레드 앤 그루브 대표 이온입니다. 트레드는 타이어가 지표면에 닿는 부분을 말하고, 그루브는 거기 새겨진 무늬를 말합니다. 저희는 타이어에서 부분을 추출하여 신발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업입니다.
개인적으로 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이기에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불리고 싶고, 기업이기 전에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다양한 형태의 ‘트레드’

트레드 앤 그루브 신발 밑창을 만들고 있는 모습
Q. 트레드 앤 그루브 이전에는 타이어를 활용한 신발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어요. 어떻게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는데 모두 대학교 친구들이었어요. 군대에서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하니 뭔가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해지는 시기였기에 학교에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학교에는 창업 지원단이 없던 시절이라 선생님께 절차를 듣고 팀원들을 모으러 다녔죠.
혼자서 전단지도 만들고 붙이고 다녔는데 대략 ‘나도 창업 잘 모르는데 창업에 관심 있고, 재밌는 거 해보고 싶은 사람 일단 와라’라는 내용의 전단지였어요. 화장실 앞에도 열심히 붙여놨었는데 전단지를 보고 팀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동아리보다 소모임 수준으로 시도를 했고, 점점 창업 캠프에 참여도 하고 창업 경진대회도 나가며 기회를 만들었어요.
졸업한 학교가 도시 관련 특화 학교였고, 사회학이라는 포괄적이고 방대한 학문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저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놓치기 쉬운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교수님이 많이 알려주셨죠. 그중 폐타이어도 환경 문제로서 존재했었고요.
창업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였고, 현재도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택하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 일이 노는 만큼 재밌다고 말하고 싶어요. 게다가 이 일을 많은 사람이 응원해준다니 너무나 감사하죠.

트레드 앤 그루브 로고 마크
Q. 다양한 아이템이 많았을텐데, 폐타이어를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아이디어를 접한 건 해외 뉴스를 보던 중 아프리카 오지 지역의 사람들이 타이어를 구해다가 적당히 썰어서 신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어요. 도로포장도 되지 않은 곳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발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편하게 신기 위해 타이어로 신발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간구해낸 것 자체가 슬프면서도 신기했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걸 조금 더 다듬고 가치 있게 만든다면 좋을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들었죠.
폐타이어 관련하여 찾아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어요. 국내에선 폐타이어가 꽤 잘 처리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그냥 묻어 버리거나 태워요. 그게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이다 보니 규정이 잘 안 지켜지는 곳이 많더라고요. 매년 10억 개 정도의 폐타이어가 나오는데 타이어가 불에 타면 나오는 유해물질이 어마 무시해요.
이러한 사실을 알수록 우리가 하는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의미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며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죠. 문전박대도 많이 당하고 낮은 인지도로 해내기에 벅찬 일들이 많더라고요. 기성 제품, 기성 원료, 기성 공법을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 모두 1/3 정도 줄일 수 있어요. 그러나 타이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분에게 응원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물론 기성 제품이 좋고 편리하지만 저에겐 저희의 가치가 더 중요했어요.
맨 처음에는 학교 근처 카센터에 가서 폐타이어를 받아다가 문구점 조각칼, 커터칼, 톱 등으로 분해부터 해봤어요. ‘이게 진짜 신발이 될 수 있을까’를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해체를 해보니 타이어 안에는 고무만 있는 게 아니라 철사도 있고 다양한 게 함께 있더라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어느 부분은 신발이 되고, 어느 부분은 버려야겠구나 하는 저희만의 데이터를 얻게 되었어요.
분해한 타이어를 가지고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약 50 개의 가게를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한두 곳 빼고는 상대도 안 해주시더라고요. 아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이기에 거절하셨던 거 같아요. 그러다 만난 장인 분들이 저희의 취지를 듣더니 흥미롭게 생각하시며 진행해주셨어요. 장인분들과 함께하며 정말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희만의 신발이 탄생하게 되었죠.
Q. 업사이클링을 통한 트레드 앤 그루브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어떤 분들은 ‘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봐야 그 많은 타이어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겠냐’라는 이야기도 하세요. 하지만 저희가, 제가 환경을 생각할 때 환경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이런 조그만 것들이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모든 솔루션이 아니라. 저희는 신발로 시도를 했지만, 다른 분이 타이어로 다른 더 좋은 것을 만든다거나 타이어를 소모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낸다면 저희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드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인터뷰 요청을 보며 ‘진국이’를 떠올렸을 때, 발걸음에 진심인 사람들이 진국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가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몰라요. 좋아하는 말 중에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 라는 게 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이 환경에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조금씩 계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발 하나를 사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사소한 한 발걸음을 딛게 된다면 저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내디딘 한 걸음은 어딜 향해 있나요? 저는 지금 이 순간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필요한 좋은 가치를 접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열 걸음 안에 함께하고 있는 일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의 하루에 의미 있는 걸음들이 이어지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