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이 있죠. 바로 ‘오늘 뭐 먹지?’와 ‘오늘 뭐 입지?’
하루의 끼니와 같이 우리 생활 중 패션은 아주 중요한 요소죠. 아마 그 이유는 나다움을 나타내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일 거예요. 어떤 티셔츠와 아우터를 매치할지, 어떤 바지와 양말을 매치할지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나다움을 표현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인 분들이죠. 어쩌면 우리에겐 티셔츠를 고르고, 양말을 고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였기에 누군가 ‘양말을 고르는 것이 어렵다’라곤 생각하기 어려웠을지 몰라요. 그래서인지 와디즈 펀딩 중 리사이트의 펀딩 프로젝트를 발견했을 때 더욱 놀랍고 멋지다고 생각했답니다.
오늘 소개드릴 메이커는 단순히 양말을 만드는 게 아닌, 시각장애인 분들의 ‘취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리사이트’입니다.
Q. 어떻게 리사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리사이트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아리예요. 리사이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첫 번째는 리; 다시, 사이트; 보다 라는 뜻을 가진 합성어로 시각장애인 분들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의류를 다시 보게 하다는 뜻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 분들, 비장애인 분들도 알지 못했던 시각장애인의 의존적인 문제를 다시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무언가를 하자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리사이트 팀원들끼리 ‘우리가 어떤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만난 칼럼 때문이었어요. 와디즈에서 진행했던 노뮤직 노라이프라는 브랜드의 인터뷰였는데, 시각장애인 분들의 경우 시야가 차단되기에 의류를 고를 때 너무 어려움을 느껴 자유로운 패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가지고 옷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칼럼을 읽은 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였거든요. 비장애인에게는 매일 아침 옷장에서 원하는 옷을 찾아 자유롭게 착용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인데, 시각장애인 분들에겐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Q. 시각장애인 분들이 실제 가지고 있는 문제나 불편함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을 듯해요.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가장 처음 했던 일은 시각장애인 분들을 직접 만나 뵙는 거였어요. 옷을 구매할 때 어떤 방식으로 구매하시는지, 옷의 컬러를 어떻게 구별해서 착용하시는지 등이 궁금했었죠.
하지만 시각장애인 분들을 섭외하기 위해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여러 기관을 리스트업 한 뒤 연락을 드렸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센터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많아 받았거든요. 계속해서 요청을 드리던 중 감사히 한 협회에서 추천해주셔서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어요.
만나 뵙고 일상생활 속 불편함 점 등을 여쭤보았는데 리사이트 팀원들을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요. 오히려 ‘어린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시각장애인으로서 너무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대부분의 분들이 각자만의 생활 패턴을 만들어 옷장에 위치를 지정하여 분류하거나 옷에 있는 라벨을 하트, 별 모양으로 오린 뒤 구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면 가족분들이라 활동 보조사, 활동 지원사 분들께 옷을 골라달라고 부탁하신다고 해요. 옷은 매일 입는 것이기에 부탁할 때마다 미안함, 죄책감 같은 감정이 든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Q. 초반부터 무척 고생하셨겠네요. 실제로 시각 장애인 분들을 만나 뵙고 첫 제품을 만들었을 땐 어떠셨나요?
첫 시도는 발바닥에 미끄럼 방지 실리콘으로 점자를 표기하는 거였어요. ‘이거는 하얀색이다’, ‘이거는 검은색이다’ 이런 식으로 표기하면 될 것 같았죠. 시안을 가지고 시각장애인 분들께 여쭤보니 실제로 시각장애인 분들 중 점자를 아시는 분의 비율이 30%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해서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정보격차를 해결하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보기로 했어요. 그러다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서 조그만 스냅 단추들이 모아져 있던 게 생각이 났어요. 작은 단추를 양말에 붙여 개수마다 양말의 색을 나타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바로 제품을 만들어 보았죠.
리사이트의 양말 포인트🧦
✅ 실내를 걸어 다닐 때도 미끄러움이 없도록 발바닥에 점자를 달아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하기
✅ 시각장애인 분들은 시야가 차단된 대신 촉감이 발달되셨기에 최대한 부드러운 면과 거슬림 없는 착용감을 갖도록 하기
✅ 무난한 색상만 하기보다 시각장애인 분들의 취향과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5가지 색상의 양말을 제작하기
감사하게도 와디즈에서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하고 정말 많은 분에게 예쁘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까지 옮겼냐 등 좋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초반에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듣고 꺼려하셨던 기관에서도 시각장애인 분들께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너무 기쁘더라고요.
Q. 펀딩 프로젝트를 보면서 리사이트의 넥스트도 너무나 궁금했어요. 리사이트가 이루고 싶은 최종 골이 있나요?
모든 사람에게는 취향과 개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각장애인 분들 중 패션에 대한 자유도가 낮아 흰색 양말만 신는 분도 계셨어요. 취향보다는 편한 생활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누구에게나 취향과 개성이 있고, 장애로 인해 표출하지 못하는 부분은 꼭 해결되어야 하는 일이다’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시각장애인 분들 중에서 선천적 시각장애인 분들도 계시지만, 후천적 시각장애인 분들의 비중도 많거든요. 지금은 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언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리사이트는 소수자의 삶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기반을 잘 가꿔가는 일을 하고자 해요.
누군가 ‘왜 장애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반대로 ‘왜 장애인의 취향을 억눌러야 되는 사회인 거냐’라고 묻고 싶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모든 것에 선호도가 있기 마련이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까요.
리사이트는 장애인 분들이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넓히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기 위해서 청년들이 먼저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겠지’라고 두고만 본다면 결코 뜻대로 이뤄지지 않거든요. 리사이트는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이정표를 제안하는 역할이고 싶어요.
큰 세상에 비해 양말 한 켤레는 작을 수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시도는 생각보다 없어요.
아직 작은 움직임이지만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에는 큰 움직임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장애인 분들을 배려한 요소들이 쉽게 발견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사이트의 펀딩은 2021년 7월 7일,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였어요. 펀딩으로 얻은 수익금은 제품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기부를 하고자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을 당연하게 만들고자 오늘도 ‘더 나은 해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리사이트팀의 노력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충분함 이상의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오늘 우리가 발견한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 문제를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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